상주 상무 선수단.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아름다운 이별을 앞둔 K리그의 식구들이 있다. 2011년부터 궂은 날이나 맑은 날이나 함께 한 경북 상주시와 국군체육부대(상무)다. ‘상주 상무’라는 이름으로 뭉친 이들은 올 시즌 ‘하나원큐 K리그1 2020’에서 남다른 경쟁력을 뽐내고 있다.
당분간 기약하기 어려운 K리그1(1부) 무대다. 상주는 내년 K리그2(2부) 참여를 목표로 시민구단 창단 작업을 오래 전부터 진행 중이고, 상무도 새 연고지를 찾아 떠난다. 규정상 2021시즌에는 모두 K리그2에서 출발한다.
현역 선수들의 경기력 유지에 크게 공헌해온 상무가 K리그에 참여하는 목적은 축구 활성화와 신생구단의 창단을 돕는 일이다. 광주FC에 이어 상주까지 시민구단을 출범시키면 상무도 그들의 소임을 충분히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상황이 마냥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상무 유치를 희망하는 지방자치단체는 많은 반면 상주는 아직 창단 로드맵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먼저 시의 승인이 나야 이달 말 한국프로축구연맹에 창단신청서를 제출한 뒤 다음 단계를 밟는데, 두드러지는 움직임이 없다. 얼마 전 제2축구종합센터 후보지 경쟁을 뜨겁게 벌인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른 태도다.
다행히 시민구단 창단을 바라는 목소리는 높다. 축구가 인구 11만여 명의 소도시에 끼친 긍정적 효과 덕분이다. 꾸준한 노출로 지역 브랜드의 가치가 상승했고, 각종 아마추어대회 유치를 위한 인프라가 조성됐다. 여기에 25억 원을 들인 상주시민운동장의 리모델링과 20억 원을 투자한 유소년 클럽하우스 구축도 인상적이었다. 상주 유소년을 통해 송범근(전북 현대), 한정우(수원FC) 등 차세대 스타들이 배출됐다.
상주는 시민구단 전환 이후 예산 계획도 세워뒀다. 현재 지출하는 연간 운영비 45억 원에 15억 원 정도를 더 들이면 충분히 구단을 꾸려갈 수 있다고 본다. “짧게는 7년, 길게는 10년 내 K리그1에서 다시 경쟁할 우리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상주 구성원들의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
상주|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