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베이브 루스 시대 1.2㎏ 배트 덕? NC 권희동, 육각형 임박!

입력 2020-07-0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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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권희동.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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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생활 최악의 부진. 권희동(30·NC 다이노스)은 지난 시즌 후 야구인생의 기로에 섰다. NC 코칭스태프는 그의 어깨 가득했던 짐을 양손으로 옮겼다. 심리적 부담의 무게는 덜어주는 대신 무거운 배트를 쥐어주며 물리적 무게를 늘려줬다. 선수 본인도 약점 극복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올 시즌 권희동의 활약은 땀과 변화의 산물이다.

미국 메이저리그(ML)의 전설적 홈런왕 베이브 루스는 커리어의 대부분 동안 40온스(약 1.2㎏) 무게의 배트를 사용했다. 비단 루스뿐 아니라 1920~1930년대 ML 타자들 대부분은 1㎏ 넘는 배트를 쥐었다. 지금 KBO리그 타자들은 평균적으로 800g대 후반에서 900g대 초반의 배트를 사용한다. ‘라이온 킹’ 이승엽(은퇴)이 2003년 56홈런을 때렸을 때 930g의 배트를 썼는데 ‘희귀종’으로 불렸을 정도다.

권희동은 지난 시즌 후 유망주들이 주로 참가한 미국 애리조나주 마무리캠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지난해 116경기에서 타율 0.256, 6홈런, 41타점으로 데뷔 이래 최악의 부진을 겪었기 때문이다. 아내와 어린 자녀를 두고 떠나는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이를 지켜본 이동욱 감독과 이호준 타격코치도 “어떻게든 (권)희동이를 살리겠다”고 의기투합했다.

자신의 도화지에 어떤 것을 그려 넣어도 머금을 준비가 돼있을 만큼 의지가 강했다. 이 코치는 권희동의 손에 1.2㎏ 배트를 쥐어줬다. 마무리캠프에 참가했던 여러 젊은 타자들도 마찬가지였지만, 권희동이 가장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평소 800g대 후반 배트를 쥐던 권희동은 마무리캠프 초반만 해도 공을 제대로 쫓아가지 못했지만 이내 적응했다.

다시 기존 배트를 쥐었을 때 스윙 스피드가 몰라보게 달라지는 것은 당연했다. 권희동은 “차이가 확실히 크다. 배트 스피드 향상에 엄청난 도움이 된다”며 “사실 무거운 배트로 치면 힘이 떨어져 폼이 변할 수 있다. 그때 이(호준) 코치님이 조율을 잘해주셨다.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권희동은 6일까지 45경기에서 타율 0.312, 9홈런, 29타점으로 펄펄 날고 있다. 커리어하이에 가까운 성적이지만 “사실 내 기록은 이런 인터뷰 때만 듣는다. 전광판도 아예 안 쳐다본다. 내 OPS(출루율+장타율)가 몇인지도 모른다”며 “프로선수가 여기서 만족하면 제 자리로 돌아간다”고 이를 악물었다.

타격, 수비, 주루, 선구안, 장타, 송구. 타자를 지탱하는 6가지 축을 모두 갖춘 권희동은 ‘육각형 선수’로 불린다. 5툴 플레이어를 넘어 출루율 시대에 부합하는 유형이다. 이제 권희동의 야구 그래프는 정육각형에 가까워지고 있다.

인천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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