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의 춤추는 슬라이더, 신시내티 타선 또 침묵시켰다!

입력 2020-09-02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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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김광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김광현(32)의 슬라이더는 그야말로 덩실덩실 춤을 췄다. 2일(한국시간)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 원정경기에서 5이닝 3안타 2볼넷 4삼진 무실점의 호투로 팀의 16-2 완승을 이끌고 시즌 2승째를 따낸 비결이다.

이날 김광현은 최고 구속 148㎞의 포심패스트볼(44개)과 슬라이더(28개), 커브(10개), 체인지업(3개)을 섞어 총 85구를 던졌다. 첫 승을 따낸 8월 23일 신시내티전(홈경기)과 비교하면 주무기인 포심과 슬라이더의 비중이 종전 77.1%(83구 중 64구)에서 84.7%(85구 중 72구)로 증가했는데, 이는 장점을 확실히 살린 투구가 통했다는 증거다.

김광현의 강력한 포심을 뒷받침하는 무기는 슬라이더다. 이날 4개의 삼진을 솎아낸 결정구도 모두 슬라이더였다. 28개의 슬라이더 가운데 21개가 스트라이크였고, 헛스윙만 9차례였다. 그만큼 신시내티 타자들이 공략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얘기다. 조이 보토, 마이크 무스타카스, 아키야마 쇼고를 제외한 6명의 우타자를 배치한 신시내티의 선택은 우타자의 바깥쪽에서 몸쪽으로 휘는 슬라이더 공략에 이점이 있어서였지만, 김광현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우타자 맷 데이비슨(1회), 에우헤니오 수아레스(2회), 커트 카살리(5회)는 모두 몸쪽 낮은 코스의 슬라이더에 헛스윙 삼진으로 돌아섰다. 바깥쪽에서 몸쪽으로 휘는 각도가 워낙 큰 탓에 공과 배트의 차이도 상당했다. 2회 좌타자 무스타카스는 몸쪽에서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휘는 슬라이더에 꼼짝없이 당했다.

제구도 흠 잡을 데 없었다. 이날 신시내티 2번타자 닉 카스테야노스를 병살타 2개로 요리했는데, 모두 포심이 결정구였다. 1회 무사 1루선 스트라이크존의 몸쪽 높은 코스를 공략했고, 3회 1사 1·2선 바깥쪽 낮은 코스로 투구해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냈다. 5회 카실리를 삼진으로 낚을 때는 2~3구째에 이날 많이 던지지 않은 커브를 연달아 던져 노림수를 빼앗고, 4구째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김광현은 피치 메이커”라고 극찬한 마이크 실트 세인트루이스 감독의 말이 ‘립 서비스’가 아님을 스스로 입증한 것이다. 메이저리그(ML) 현역 최고의 포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야디에르 몰리나의 특급 리드까지 더하니 첫해부터 날개를 단 격이다.

김광현은 경기 후 화상 인터뷰를 통해 “야디(몰리나의 애칭)의 리드대로 투구했다”며 “신시내티 홈구장이 홈런이 많이 나오고 타자들에게 유리한 구장이니 체인지업 등의 구종을 줄이고 (주무기인) 포심과 슬라이더를 낮은 코스에 던지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미 ML 적응은 끝낸 듯하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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