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컴백’ 서울의 생존 신고…인천과 거리두기 실패한 성남

홈팀도, 원정팀도 만신창이였다. 1승이 모두 간절했다. K리그1(1부) 성남FC와 FC서울이 바란 시나리오는 간단했다. 승점 3과 생존을 위한 외나무다리 혈투. 여기서 서울이 웃었다. 후반 35분 조영욱의 선제 결승골로 8승4무13패, 승점 28을 확보한 서울은 남은 2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K리그1 잔류를 확정했다. 반면 성남은 K리그2(2부) 강등을 피하려면 남은 2경기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17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25라운드에서 충돌한 두 팀은 꼭 승리가 필요했다. 최하위 인천 유나이티드가 전날(16일) 강원FC에 1-3으로 완패하며 승점 21에 멈춘 것이 성남과 서울 모두에 긍정적 요소였다. 최근 4경기 무승(1무3패)의 서울은 이기면 생존을 확정짓고, 최근 5경기 1무4패의 11위 성남(승점 22)은 인천과 1경기 이상의 ‘거리두기’가 가능했다.

공교롭게도 형편까지 비슷했다. 사령탑 공백이다. 성남은 지난 경기에서 김남일 감독이 퇴장 당해 벤치를 지키지 못했고, 최용수 감독-김호영 감독대행이 차례로 떠난 서울은 박혁순 코치가 ‘대행의 대행’이란 기괴한 체제로 팀을 이끌고 있다. 서울은 10월 A매치 휴식기에도 새 감독을 구하지 못해 의구심을 자아냈다.

유·불리의 차이는 있었다. 성남이었다. 근육 부상을 털고 최근 정상 훈련을 소화한 기성용이 원정 엔트리에 합류한 서울과 달리, 성남은 김동현(경고누적)-연제운-박수일(이상 퇴장)이 명단에서 빠져 공백이 상당했다.

흐름은 팽팽했다. 서울이 전반 초반 반짝하자 성남도 국가대표 윙포워드 나상호를 앞세운 빠른 역습으로 맹렬한 반격에 나섰다. 골은 터지지 않았어도 일진일퇴의 공방전은 나름 흥미진진했다.

후반전에도 긴장이 가득했다. 다만 승부의 추가 기울었다. 힘이 떨어진 성남의 조직력에 조금씩 균열이 일어났다. 서울은 ‘중원의 핵’ 오스마르의 안정된 볼 키핑과 적시적소의 볼 배급으로 주도권을 잡았다.

드디어 성남의 두 줄 수비가 뚫렸다. 후반 35분 김진야가 문전 오른쪽에서 연결한 패스를 조영욱이 골로 연결했다. 여유가 생긴 서울은 아껴둔 기성용을 곧장 투입해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이후 성남은 양동현, 토미 등 공격 자원을 투입해 총력전에 나섰으나, 끝내 균형을 맞추지 못했다. 박 대행은 “내용이 아닌 결과가 필요했다. 후반 승부수를 걸었다. 잔류는 했으나 잔여경기도 정상적으로 준비하겠다. 그것이 상대에 대한 예의”라고 말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