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의 황금세대로 불리는 1982년생 선수들과 이별을 고할 시간이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한화 김태균(사진)이 21일 은퇴를 
결정하면서 이제 현역에서 맹활약을 펼치는 이는 롯데 이대호, 삼성 오승환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스포츠동아DB

한국야구의 황금세대로 불리는 1982년생 선수들과 이별을 고할 시간이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한화 김태균(사진)이 21일 은퇴를 결정하면서 이제 현역에서 맹활약을 펼치는 이는 롯데 이대호, 삼성 오승환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스포츠동아DB


KBO리그가 출범한 1982년생으로 대표되는 한국야구 최고의 황금세대. 이들은 2020년 만38세에 접어들었다. 신체능력이 떨어지며 자연히 그라운드와 작별할 시간이 임박했다. 1982년생을 중심으로 앞뒤 선수들 여럿이 올 시즌 후 정든 유니폼을 벗을 예정이다. 한국야구 최고의 순간에 안녕을 고할 때가 임박했다.

한화 이글스는 21일 김태균(38)의 은퇴 소식을 전했다. 김태균은 구단을 통해 “한화에는 미래를 이끌어갈 좋은 후배들이 성장 중이다. 후배들에게 그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은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올 시즌에 앞서 1년 10억 원의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체결했으나 67경기에서 타율 0.219, 2홈런, 29타점에 그치면서 결국 은퇴를 결정했다.

하지만 김태균의 프로 20년은 단순히 마지막 페이지 한 장으로 평가할 수 없을 만큼 찬란하다. 200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차지명으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고 통산 2009경기에서 타율 0.320(통산 5위), 출루율 0.421(2위), 2209안타(3위), 3557루타(4위) 등 화려한 족적을 남겼다. 명실상부 한국야구 최고의 우타자 중 한 명이다. 2006년부터 2017년까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개 대회 개근했을 만큼 태극마크와도 인연이 깊고, 2009년 제2회 대회 준우승 당시 주축 멤버로 활약했다.

롯데 이대호. 스포츠동아DB

롯데 이대호. 스포츠동아DB



그 대회에서 김태균과 함께 중심을 잡았던 동갑내기 친구들 모두 올 시즌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정근우(LG 트윈스)는 올 시즌에 앞서 2차 드래프트로 팀을 옮겼는데, 72경기에서 타율 0.240으로 중심에서 밀려났다. 이대호(롯데 자이언츠)는 여전히 ‘거인군단’의 4번타순을 도맡고 있지만 135경기에서 타율 0.292, 19홈런으로 생산력은 갈수록 하향곡선이다. 무대는 다르지만 추신수도 올 시즌을 끝으로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 FA 계약이 끝났는데, 메이저리그 보장계약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이들보다 세 살 많은 박용택(41·LG)도 KBO리그 최다안타라는 타이틀을 뒤로한 채 올 시즌 후 그라운드를 떠난다. 윤성환(39·삼성 라이온즈)도 올 시즌 5경기 등판에 그쳤다. 리그 전체에서 37세 이상 선수들 중 여전히 정점의 기량을 뽐내는 이는 최형우(KIA 타이거즈), 오승환(삼성), 유한준(KT 위즈) 정도뿐이다.

김태균의 고별사에 담겨있듯, 후배들의 성장은 곧 베테랑의 퇴장과 동의어다. 현실적으로 30대 후반 나이에 까마득한 후배들보다 신체능력이 뛰어난다는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 기량저하는 당연하다. 하지만 그들이 쌓은 업적은 야구인생 마지막 장으로 가볍게 넘길 수 없다. 가장 찬란했던 한국야구 황금세대의 안녕에 박수를 보내는 이유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