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안 젓는 쿠에바스는 이런 투수! KT, 첫 PS 승 선봉

입력 2020-11-12 21: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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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플레이오프 3차전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 8회말 1사 상황에서 KT 쿠에바스가 수비진을 향해 주먹을 쥐고 있다. 고척|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마운드에서 8이닝을 책임지는 동안 포수의 사인에 고개를 젓는 장면은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자신의 공에 대한 믿음이 굳어졌지만, 그 믿음을 내려놓고 배터리 파트너에게 모든 것을 맡겼다. 그러자 ‘인생투’가 따라왔다. 윌리엄 쿠에바스(30)가 KT 위즈를 벼랑 끝에서 건져 올렸다.

KT는 1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플레이오프(PO·5전3승제) 3차전에서 5-2로 이겨 승부를 일단 4차전까지 끌고 가는 데 성공했다. 창단 첫 포스트시즌(PS) 승리다. 팽팽한 영(0)의 균형이 이어지던 8회초 2사 후 황재균의 볼넷으로 시작된 5득점 빅이닝이 승리를 불렀다면, 기류를 바꾼 것은 선발투수 쿠에바스의 8이닝 3안타 1실점 역투였다.

쿠에바스는 정규시즌 27경기에서 10승8패, 평균자책점(ERA) 4.10을 기록했다. 성적만 놓고 보면 평균 수준의 외국인투수였지만, 중요한 경기마다 무너지는 경우가 잦았다. 특히 대부분 자신의 고집으로 경기를 운영하다가 장타에 고개를 숙였기에 이강철 감독도 매번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쿠에바스는 리그 최상위급의 무브먼트를 자랑하는 투수다. 여기에 좌타자 상대에 용이한 몸쪽 컷패스트볼(커터)과 커브도 구사할 줄 안다. 시즌 중후반 체인지업 그립을 바꿨고, 회전력이 좋아지면서 자신감까지 붙었다. 하지만 가진 능력이 좋아 자신감이 지나친 게 매번 독으로 작용했다.

이 감독은 3차전 선발로 쿠에바스를 낙점한 뒤 “오늘만큼은 (장)성우의 리드대로 해달라고 주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쿠에바스는 3차전에서 고개를 젓지 않고 장성우의 리드를 완벽히 따랐다. 4회말 2사 후와 6회말 선두타자 상대 때 실책이 나왔지만 홈을 허용하지 않았다. 2패로 탈락 위기에 몰린 KT 덕아웃의 공기 자체를 바꾼 완벽한 에이스의 면모였다.

이 감독이 이런 주문을 내린 배경에는 포수 장성우에 대한 신뢰가 있다. 장성우는 1차전 약관의 루키 소형준의 6.2이닝 3안타 무실점 호투를 이끌어냈다. 좌타자 상대 커터성 슬라이더, 우타자 상대 투심패스트볼을 집요하게 구사했다. 소형준이 전체 100구 중 커터와 투심패스트볼을 합쳐 82구를 던졌다는 것은 안방마님의 뚝심과 배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3차전 쿠에바스 역시 커터와 체인지업을 합친 비율이 65%에 달했다. 확실한 공이 있다면 용감하게 밀어붙이는 가을의 배짱. 장성우의 가치다.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한 KT는 드디어 ‘내일’을 논하게 됐다. 올 가을을 어떤 결과로 마무리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지만, 적어도 창단 첫 PS 승리를 맛봤다는 점에서 구단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그 중심에는 고개를 젓지 않았던 완벽한 쿠에바스, 그 결과를 만든 장성우 배터리가 있다.

고척|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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