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는 지난해 5월 랠리 다이노스(NC 응원단)에 둘리를 영입했다. 영입 직후 황순현 NC 대표는 “둘리는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다. 랠리 다이노스로서 많은 활약을 기대한다”고 든든함을 감추지 못했다. 유니폼, 피규어 등 각종 기념상품도 함께 출시됐다.
둘리는 ‘복덩이’였다. NC는 지난해 창단 첫 정규시즌-한국시리즈(KS) 통합우승에 성공했다. 구성원 전체가 합심해 만든 결과라는 말에는 곧 응원단의 일원으로 기를 전해준 둘리의 지분도 있다는 의미다.
11일 연락이 닿은 둘리는 “NC의 창단 첫 통합우승 역사에 함께해 영광이었다. 비록 KS가 열린 고척돔에 가진 못했지만 창원에서 열심히 응원한 내 에너지가 선수들에게 잘 전달된 것 같다”고 밝혔다. 우승 소감을 묻자 “정규시즌 우승만으로도 정말 좋았는데 KS 우승으로 더 좋은 일이 생겼다. 선수들이 집행검을 들어올릴 때 가슴이 뭉클해졌다”고 답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희동이, 정말 듬직해…’
-한국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였지만 야구단 마스코트는 처음이었다. 둘리에게 2020년은 어떤 의미였는지?
“NC의 창단 첫 통합우승이라는 역사를 만들어가는 데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비록 고척돔엔 못 갔지만 평소 창원NC파크에서 열심히 응원한 내 에너지가 선수들에게 잘 전달된 것 같아 기뻤어요. 제일 좋았던 건 ‘희동이’ 권희동을 가까이 볼 수 있었던 것이다.”
-희동이가 무럭무럭 성장해서 어느새 NC의 간판선수가 됐다.
“처음 창원NC파크에 오자마자 구단 직원분이 권희동과 만날 수 있게 도와줬다. 희동이의 어린 시절 즐거웠던 추억을 들려주니 권희동도 ‘같이 재미난 일들을 만들어 나가자’고 반겨줬다.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 여기저기를 누비는 NC 희동이, 정말 듬직하지 않은가”
-희동이 말고 다른 좋아하는 선수는?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그라운드가 아닌 응원단상에만 있었다. 선수들과 더 많은 추억을 만들지 못한 게 아쉽다. 쎄리 선배가 김태현을 두고 자꾸 자기를 닮지 않았냐고 하더라. 그래서 기억에 남는다. 같은 22번을 달고 있는 김형준도 유심히 봤다.”
“단디, 쎄리 선배님! 저 복덩이 맞죠?”
NC는 기존 단디, 쎄리에 이어 둘리까지 영입하며 응원단 ‘뎁스’를 두텁게 했다. 올해 ESPN을 통해 NC의 경기가 유독 미국에 자주 중계됐는데, 현지에서는 쎄리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탄탄한 근육질 몸매 때문이다. 쎄리는 “어린 팬들과 놀고 싶어도 날 보면 우는 친구들이 많아 속상했는데 인기가 생긴 덕에 신나게 응원했다”고 회상했다. 해외 팬들의 인기는 단디, 쎄리에 비해 둘리가 덜했다. 하지만 둘리는 “단디와 쎄리는 나보다 어리지만 NC에선 선배”라고 선을 그었다. 인터뷰 내내 단디, 쎄리에게 선배라는 호칭을 빼먹지 않으며 사회생활력을 잔뜩 뽐냈다.
-처음 창원 NC파크를 밟은 날이 기억나는가?
“개막이 계속 늦어져 5월말이 되어서야 데뷔할 수 있었다. 처음 응원을 한 날 경기 중에 임명식도 열어준 덕에 모두에게 따뜻한 환영을 받는 기분이었다. 열심히 선수들을 응원했더니 큰 점수차로 이긴 게 기억에 남는다.”
-관중 입장 후 팬들과 처음 만난 날은?
“7월말(7월 31일 창원 두산 베어스전)이었다. 그토록 기다리던 순간이라 전날 밤잠도 설쳤다. 다행히 팬분들이 나를 보고 사진도 찍고 좋아해주셔서 덩달아 신이 났다. 이날도 지고 있다가 8회에 점수를 많이 내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게 생각이 난다. 이런 경우를 두고 야구팬들은 ‘승리요정’이라고 하지 않나?” (당시 NC는 7회까지 4-7로 밀리다 8회 6득점으로 10-7 역전승에 성공했다.)
-보통 새로운 선수가 활약했을 때 우승 등 좋은 성과가 나면 ‘복덩이’라고 한다. 둘리는 NC의 복덩이 아닌가.
“그렇게 말해준다면 감동이다. 물론 선수들이 잘해줬기 때문에 좋은 성적이 난 것이다. 만약 내 응원이 조금이나마 선수들에게 힘이 됐다면 ‘복덩이’라는 얘기를 들을 자격이 있지 않을까.”
둘리 친구들, 엔팍에서 만날 수 있을까
NC는 2016시즌을 앞두고 연봉 잡음을 겪었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마스코트 ‘단디’였다. 단디는 당시 마스코트 최고대우, 자주 씻겨주기 등 구체적인 6가지 조건을 내걸며 NC를 당황하게 했다. 협상 난항 사실이 알려지자 팬들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단디가 업무를 태만하게 했다’고 제보하는 동시에 잔류 운동을 펼쳤다. 이를 전해들은 단디는 마침내 도장을 찍었다. 반면 올해 둘리는 연봉협상이 없다. 단디가 유격수를 맡는 선수로 등록된 반면 둘리는 응원단 소속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평범한 마스코트 하나도 NC에게는 스토리다.
둘리는 “지난해 내가 응원해 팀이 우승했으니 올해도 열심히 응원할 것이다. 더 많은 팬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야구단 응원은 너무 즐거운 경험이었다. 올해는 내 친구들과 함께하고 싶다. 팬들도 좋아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말로 2021년에 대한 암시도 함께 전했다. 둘리에게는 도우너, 또치, 마이콜 등 다양한 친구들이 있다.
-코로나로 지친 NC팬, 그리고 ‘국민 마스코트’로서 국민들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자유롭게 야구장을 찾아오시지 못해 아쉬움이 많은 한 해였을 것 같다. 그래도 우리 선수들이 전한 기쁨과 감동이 팬 여러분의 지친 일상에 작은 선물이 됐길 바란다. NC 선수들이 보여준 것처럼 우리 모두 마음을 하나로 모아 힘을 낸다면,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조금만 더 힘내서 창원NC파크 여기저기에서 팬 여러분들 만날 날을 기다리겠다. 항상 건강 잘 챙기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