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롯데 자이언츠의 공식적인 스프링캠프 스케줄이다. 캠프 첫날부터 이 스케줄대로 움직였으며, 청백전이나 타 팀과 연습경기 기간을 제외하면 유지할 예정이다. 그나마도 1시부터는 점심시간이니 실질적인 훈련시간은 2시간 남짓인 셈이다. 구단마다 차이가 있지만, 오전 9시부터 오후 늦게까지 바쁘게 돌아가는 팀도 있음을 감안하면 절대적 훈련 시간은 짧다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사직구장의 불은 새벽부터 켜지고 오후 늦게까지 꺼지지 않는다. 팀 전체가 움직이는 훈련은 3시간뿐이지만, 개인훈련 삼매경이다. 롯데 관계자는 “첫 턴에는 배성근, 추재현이 7시쯤 기상해 야구장에 나왔다. 손아섭이 가장 늦은 오후 5시 전후로 퇴근했다”고 전했다. 대부분 스케줄에 큰 차이가 없으니 보통 야구장에 10시간 가까이 머무는 셈이다.

실내 웨이트장과 불펜, 타격훈련 시설이 있기 때문에 선수들이 효율적으로 스케줄을 짠다. 손아섭은 3일 “9시 반 정도에 출근했다. 나름 빨리 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웨이트장에 선수들이 엄청 많았다. 선수단 전체적으로 열정이 크고, 확실한 루틴이 팀 문화로 자리 잡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고 밝혔다.

허문회 감독의 철학이 담겨있다. 허 감독은 지난해 부임 직후 스프링캠프에서도 “내 눈치를 보면서 보여주기식으로 훈련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호주 캠프에서도 팀 훈련은 올해와 비슷한 3시간 정도였지만, 선수들은 개인 훈련 삼매경에 빠졌다. 허 감독은 3일 “야구는 시간이 아닌 효율성으로 한다. 선수들이 바보가 아니다. 무엇이 부족한지는 본인들이 가장 잘 안다. 스스로의 판단대로 운동할 때 효율성이 커진다”고 강조했다.

사령탑의 의도를 선수들도 이해하기 시작했다. 허 감독은 지난겨울 비시즌 기간에도 선수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야구장에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관계자를 통해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출근해 운동했다”는 말을 전해 듣고 밝은 표정을 짓기도 했다. 허 감독은 “김준태, 김재유, 한동희, 김민수, 강로한 등 젊은 선수들이 이미 몸을 잘 만들어왔다. 잔소리할 게 없다”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꺼지지 않는 사직의 불은 롯데가 2021년을 맞이하는 가장 든든한 자산이다.

사직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