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리포트] 사령탑 향수 부른 막내…LG 이영빈, 류지현 신중 속 성장 중

입력 2021-02-16 11: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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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명의 스프링캠프 명단. 이 중 신인은 단 한명뿐이다. 모든 것이 낯선 고졸 막내에게는 기량을 펼치는 것 외에 적응이라는 큰 과제가 놓여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배 형들은 모두 기특한 시선으로 막내의 적응을 돕는 중이다. 이영빈(19·LG 트윈스)은 모두의 신중함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14일 이천LG챔피언스파크. 모든 일정이 끝난 뒤 일부 내야수들이 김민호 수비코치와 함께 추가적으로 수비 훈련을 소화했다. 이영빈은 오지환, 구본혁 등 선배들과 함께 다양한 위치에서 타구를 받았다. 류지현 감독은 덕아웃 상단에서 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훈련 종료 후 그라운드로 내려간 류 감독은 이영빈과 잠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이영빈과 류 감독 모두 파안대소한 뒤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이튿날 류 감독에게 이 장면을 묻자 “수비 리듬에 대해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내야수들에 비해 발놀림이 덜하다는 걸 꼬집자 이영빈도 이에 동의해 서로 웃었다는 설명이다. 류 감독은 “(이)영빈이는 물론 (이)주형 등 젊은 선수들에겐 감독의 한마디가 크게 다가갈 수 있다. 일부러 옆에 안 가려고 노력 중이다. 코칭스태프에게도 이들에게는 신중하게 접근해달라고 주문했다”고 강조했다.



류 감독은 이영빈을 보며 오지환을 떠올렸다. 2009년 LG에 입단한 오지환은 프로 초기만 해도 수비에 큰 약점을 보였다. 하지만 당시 류지현 수비코치의 ‘맨 마킹’으로 비약적 향상에 성공했고 이제는 어느 팀 유격수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안정감을 자랑한다. 오지환과 이영빈 모두 아마추어 시절 전문 유격수 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류 감독은 “영빈이는 중학교 때 야구를 시작했는데 해마다 포지션이 달라졌다고 들었다. (오)지환이도 그랬다. 때문에 전문 유격수로 받는 지금의 첫 훈련이 장래를 위해서도 굉장히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령탑이 조급하면 씨앗이 성장할 토양은 좁아진다. 류 감독이 캠프 초반 인내하면서 이영빈의 성장세가 빨라졌다. 류 감독은 “사실 처음에는 영빈이를 2군 캠프로 보낼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못해서 가는구나’라는 느낌이 들까봐 남겨두기로 했다. 지금 생각하니 잘한 선택이었다. 보름 정도 지났는데 눈에 보일 만큼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이영빈이 어떤 선수로 성장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최고의 내야수 조련사가 감독 지휘봉을 잡고 있고, 비슷한 케이스로 성장한 선배가 바로 옆에 있다. 누구도 서두르라고 주문하지 않는다. 비옥한 땅에 씨앗이 뿌려졌고, 물과 햇빛을 적절히 공급하고 있다. 이영빈이 어떤 열매를 맺을지 지켜볼 차례다.

이천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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