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10년간 374경기 출장. 타격과 수비, 주루 모두 기본 이상의 능력치를 가졌다고 평가받았지만 기회를 못 잡았다. 퓨처스(2군)리그에서 보여준 잠재력을 1군에서 터뜨리지 못한 아쉬움. 김동한(33) 롯데 자이언츠 2군 코치는 현역 시절의 자신처럼 자리 잡지 못하는 유망주들에게 확실한 방향성을 제시하겠다는 각오다.
2011년 두산 베어스에서 데뷔한 김 코치는 2016시즌 도중 롯데로 트레이드됐다. 하지만 지난 시즌 종료 후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최근 롯데 2군이 있는 경남 김해에서 만난 김 코치는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기 때문에 크게 혼란스럽진 않았다”고 돌아봤다.
선수가 아니더라도 필요성은 충분했다. 현역 시절부터 최신 이론은 물론 심리적인 부분까지 연구한 김 코치의 가치를 롯데 프런트가 알아보고 코치 제의를 했다. 김 코치는 짧은 고민 후 이내 수락했다. 제2의 야구인생이 시작된 것이다. 김 코치는 “야구장에 남들보다 일찍 나와서 늦게 퇴근했다. 조금이라도 더 하려고 노력하면서 연구했다. 그런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보직은 타격·작전·주루코치다. 일반적으로 작전·주루 파트와 타격은 별개의 영역인데, 김 코치는 둘을 겸한다. 코치 초년병으로서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겠지만, 반대로 얘기하면 다양한 영역에서 경험을 쌓을 기회이기도 하다. “처음 들었을 땐 막막하고 두려웠지만 막상 해보니 힘들진 않다. 미래를 봤을 때 좋은 일이기 때문에 더 많이 배우고 싶다”는 각오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현역 시절 카리스마가 가득한 김태형 두산 감독과 선수들에게 자율을 강조하는 허문회 롯데 감독을 두루 겪은 것도 장점이다. 본인이 겪은 여러 지도자들의 장점을 융합해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 생각이다.
롯데 2군에는 투수, 야수 할 것 없이 유망주들이 즐비하다. 최근 2년새 부쩍 젊어진 선수단. 잠재력을 폭발시키기만 하면 ‘뎁스’는 풍성해질 터다. 김 코치를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에게 ‘코치 김동한이 선수 김동한처럼 기회를 잡지 못하는 이를 본다면 무슨 말을 해주고 싶나’라고 물었다.
“기회가 안 오는 건 다 이유가 있다. 부족하면 기회 안 온다. 본인이 할 수 있는 부분을 컨트롤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현역 때부터 꾸준히 책을 읽었고 최근 코치 아카데미를 수강하며 확고해졌다. 마냥 ‘열심히’는 결코 정답이 아니다. 방향성이 없으면 노동에 불과하다.”
김 코치가 꼽은 키워드는 ‘3F’다. 포커스(focus), 피드백(feedback), 픽스(fix)다. “집중이 최우선이다. 그리고 동료, 코칭스태프, 그리고 스스로의 분석을 통해 보완할 점을 찾은 뒤 수정해야 한다. 선수 때 이렇게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는 김 코치다.
이제 그 아쉬움을 지도자로 달랠 차례다. 누구보다 바쁘게 움직일 김 코치가 제시할 방향성은 롯데 유망주들을 어떻게 바꿀까.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