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인터뷰] “김현수만큼의 강점” LG 21시30분 이후 책임지는 덕아웃 리더

입력 2021-02-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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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김용의(왼쪽)와 이성우가 23일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진행된 팀 훈련 도중 동료들을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다. 이들은 ‘덕아웃 리더’로 팀에 긍정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다. 이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스포트라이트가 따라오는 스타는 한정돼있다. 하지만 별이 빛나기까지 에너지를 만들어주는 존재가 없다면 반짝임도 없다. 야구단이 결코 스타 한두 명의 힘으로 장기 레이스를 치를 수 없는 이유다.


류지현 LG 트윈스 감독은 김현수(33)를 ‘클럽하우스 리더’로 꼽았다. 리그 최고의 타자인 데다 젊은 선수들에게 개인훈련 루틴을 심어줬기에 과하지 않은 표현이다. 류 감독이 꼽은 ‘덕아웃 리더’는 김용의(36)와 이성우(40)다. “클럽하우스 리더 김현수만큼의 강점”이라고 극찬했다. 코치 초년병부터 가져온 백업의 가치에 대한 철학은 지휘봉을 잡은 올해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LG는 추상적인 ‘원 팀’의 의미에 그렇게 다가가고 있다.


류 감독은 23일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팀 훈련을 마친 뒤 백업의 역할을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정규시즌 경기를 앞두고 타격훈련을 할 때 벤치 멤버들이 마지막 조에 편성된다. 5~6명의 선수들이 간단히 타격훈련을 하는데, 류 감독은 코치 시절부터 그들에게 “여러분들이 144경기 중 1경기만 승리 히어로가 된다면 우리는 최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벤치 멤버 한 명이 한 경기만 스타가 돼도 벌써 5승이 더해진다. 류 감독은 “팀 내 비중이 떨어져 벤치에 있는 선수로 분류하기 싫다. 그들의 역할도 크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꼽은 예가 김용의와 이성우다.


“과거에는 경기에 안 나가는 고참들이 덕아웃에서 농담 따먹기만 하며 하루를 보내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다르다. 벤치에서 하는 일이 굉장히 많다. 덕아웃 리더 이성우, 김용의에 분위기 메이커 임찬규가 있다. 이런 분위기를 굉장히 선호한다. 그런 장을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만들어줘야 한다. 코치 때도 그랬는데 올해는 더더욱 그렇게 만들 것이다.”

스포츠동아DB


경기 막판 대타, 대수비, 대주자로 나서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승부처에 나서는 만큼 부담감도 상당하다. 김용의에게는 익숙한 롤이다. 김용의는 “내가 핵심적 위치는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요소 때 해야 할 역할이 있다. 준비상태가 워낙 좋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항상 8회, 저녁 9시30분 이후에 준비를 한다. 때로는 실패할 때도 있었다. 2012년에는 실패했을 때 주위 시선이나 눈치를 많이 봤다. 막상 지금 돌이켜보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저 야구의 과정 중 하나였다. 후배들이 실패했을 때 한숨을 쉬며 자책하는데, 빙산의 일각이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실패 속에서 멘탈은 탄탄해졌다. 이제는 승부처를 즐기는 배짱도 생겼다. 김용의는 자신에게 주어진 단 한 번의 기회를 위해 오늘도 띠동갑 이하 후배들과 살을 맞대며 시즌 준비에 한창이다. LG가 ‘역대급 분위기’를 자신하는 데 이성우와 김용의, 덕아웃 리더들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이천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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