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생존 지옥의 ‘이 시국’, 팔 걷은 ‘디자이너 댄’이 고마운 롯데

입력 2021-04-07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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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스트레일리가 자신이 디자인에 참여한 ‘K킹 네이비 티셔츠‘를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롯데 스트레일리가 자신이 디자인에 참여한 ‘K킹 네이비 티셔츠‘를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최악의 전염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에서 프로스포츠 구단의 고민은 ‘수익’에서 ‘생존’으로 바뀌었다. 팀 차원에서 활로를 찾는 것조차 언감생심처럼 느껴진다. 어떻게든 버티기 위해 팬들의 관심을 끌어야 하는 상황은 명실상부 최고 인기구단 중 하나인 롯데 자이언츠도 마찬가지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본인이 먼저 팔을 걷어붙인 댄 스트레일리(33)는 복덩이가 따로 없다.


롯데는 6일 “2021시즌을 맞이해 스트레일리와 공동기획 상품을 출시한다. 스트레일리는 구단과 기획 및 디자인 작업을 함께 진행하며, 4월부터 10월까지 매월 순차적으로 신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른바 ‘월간 스트레일리’ 상품의 출시다. 첫 작품은 지난해 스트레일리의 탈삼진(K) 타이틀 수상을 기념하기 위한 ‘킹카드 후드 티셔츠’와 ‘K킹 네이비 티셔츠’다.


지난해보다 한층 진화된 마케팅이다. 스트레일리는 지난해 팀 승리의 부적으로 꼽혔던 ‘김준태 티셔츠’의 원작자다. 늘 진지한 얼굴의 포수 김준태가 밝게 웃길 바라는 마음으로, 김준태의 사진을 프린팅한 티셔츠를 제작해 팀 동료들에게 나눠줬다. 이를 본 팬들의 반응이 워낙 뜨거워 구단 차원에서 상품으로 한정판매하기도 했다. 스트레일리는 이후에도 전준우, 딕슨 마차도 등 동료 선수들은 물론 통역 배우현 씨 등의 얼굴을 새긴 티셔츠를 만든 바 있다.


롯데는 지난해 스트레일리에게 새로운 티셔츠 시안을 제공하는 등 함께 활동해보자고 제안했다. 평소 팬들과 소통을 즐기는 선수 입장에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었고, 비시즌 동안 구단에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다. 여러 가지 만들어보고 싶은 게 있다”는 뜻을 전했다. 시즌 개막에 앞서 “어마어마한 것들이 준비돼있다”고 힌트를 준 ‘디자이너 댄’의 첫 공식작품인 셈이다. 롯데 관계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줘서 고맙다”며 에이스를 칭찬했다.


구단의 생존은 이처럼 아이디어 싸움에서 갈릴 전망이다. 롯데는 개막을 앞둔 3월 중순 ‘FLEX(플렉스) 티켓’을 출시했다. 8경기, 16경기, 48경기 패키지 형태로 구매자가 유연하게 (FLEXIBLE) 원하는 경기를 선 예매(일반 예매 오픈 1일 전, 최대 4매 제한)할 수 있다. 할인 혜택 및 우선 입장, 가입 선물 등 다양한 혜택도 함께했다. 롯데는 계열사인 롯데홈쇼핑을 통해 실시간 티켓 판매를 진행했는데, 심야시간임에도 1만 명이 동시접속하는 등 반응은 뜨거웠다.


단순히 생각하면 마케팅은 구단만의 고민일 수 있다. 하지만 이면을 파고들면 결국 선수도 동참해야 이 난국을 타개할 수 있다. 스트레일리의 기획이 티셔츠, 후드티 한 장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이유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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