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일리 제외 선발 ERA 6.56…롯데 나균안, 어둠 속 한줄기 빛

입력 2021-05-17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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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나균안.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6.56. 14일까지 댄 스트레일리를 제외한 롯데 자이언츠 선발투수진의 평균자책점(ERA)이었다. 같은 기간 스트레일리를 포함한 선발진 ERA 역시 리그 최하위였는데, 에이스의 기록을 빼면 6점대까지 올라간다. 앤더슨 프랑코, 노경은, 박세웅, 김진욱, 이승헌 등 기대했던 이들 모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최하위로 처진 데다, 각종 잡음마저 끊이질 않았던 롯데로선 경기 시작부터 꼬이니 해법을 찾기 어려웠다.

한줄기 빛은 의외의 지점에서 비췄다. 나균안이었다. 15일 사직 KT 위즈전에 선발등판해 5이닝 4안타 4삼진 무실점으로 쾌투했다. 투구수는 73개. 팀이 4-0으로 앞선 6회초 마운드를 내려갔으나 불펜이 무너지는 바람에 첫 승을 신고하지 못했다.

하지만 승패를 떠나 자신의 장점은 마음껏 뽐냈다. 포심패스트볼(24개) 최고 구속은 143㎞로 빠르지 않았지만, 묵직함이 있었다. 이외에도 슬라이더(23개), 투심패스트볼(9개), 커브, 포크볼(이상 7개), 체인지업(3개) 등을 다양하게 던졌다. 본격적으로 투수를 시작한지 이제 막 1년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1군 경기에 등판해 자신 있게 변화구를 던진다는 자체가 놀라울 따름이다.

마산용마고 시절 준수한 포수로 평가받은 나균안(개명 전 나종덕)은 2017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에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입단 첫해부터 1군 기회를 얻었고, 2년차에 강민호(삼성 라이온즈)가 프리에이전트(FA)로 이적하면서 부담이 커졌다. 몸과 마음 모두 다친 상황. 롯데는 지난해 나균안에게 투타 겸업을 제안했다. 1차적으로는 투수로서 가능성이 보이니 성공의 맛을 보며 멘탈을 회복하라는 의도였다. 단순한 리프레시 차원이 아니라 투수로서 경쟁력도 충분할 것이란 판단이 더해졌다. 롯데 내부에서도 이를 두고 의견이 갈렸고, 나균안 스스로도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지난해 퓨처스(2군)리그 15경기에서 3승4패, ERA 3.29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4경기에서 1승1패, ERA 4.05로 가능성을 보였다. 겸업이 아닌 투수 전향이 결정된 배경이다. 그리고 1군 첫 선발등판에서도 자신이 왜 마운드에서 강점을 보이는지 증명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막 첫 경기. 하지만 경험이 많은 동료들보다도 오히려 더 나은 모습이었다. 추락하던 팀의 모멘텀은 이처럼 의외의 지점에서 나오는 경우가 잦다. 나균안은 한줄기 빛을 보여줬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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