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리포트] 양·질 모두 양질…LG 불펜, 누가 나와도 아까운 뎁스

입력 2021-05-28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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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과 질 모두 양질이다.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이닝을 나눠맡고 있음에도 각종 지표에서 최상단에 이름을 올리는 비결이다. 크게 리드하는 상황에선 누가 나와도 아까울 만큼 제 역할을 해낸다. LG 트윈스의 분위기 전환은 뒷문에서 시작됐다.

주목할 점은 퍼포먼스다. LG 불펜은 27일까지 올 시즌 44경기에서 174.1이닝을 소화하며 이 부문 리그 2위에 올라있다. 1위 한화 이글스(181이닝)와 차이가 크지 않으며, 리그 평균(165.1이닝)을 훌쩍 상회한다. 시즌 초반 선발투수들의 컨디션이 더디게 올라오며 조기강판이 있던 영향이 크다.

그런데 불펜 평균자책점(ERA)은 3.61(2위)에 불과하다. 리그 평균이 4.70이니 평균보다 1점 가까이 덜 주고 있다.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부담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 두 번째로 좋은 결과를 합작해내는 셈이다. 팀 홀드는 1위(29개), 세이브는 3위(11개)다.

팀 성적은 개인의 합이다. 자연히 개인성적도 눈부시다. 올 시즌 초반 최고의 반전으로 꼽히는 김대유는 20경기에서 12홀드를 수확했으며, 정우영도 11홀드로 부지런히 뒤쫓고 있다. 이정용과 송은범도 3홀드로 힘을 보탰고, 고우석은 이미 두 자릿수 세이브를 넘겼다. 필승조 자원들을 제외해도 결과가 나쁘지 않다.



클러치 상황에서 투입할 왼손투수가 세 명이나 된다는 점도 벤치의 선택 폭을 넓힌다. 시즌 초반 김대유의 분전으로 회복 시간을 번 진해수는 12경기에서 ERA 0.93으로 탄탄함을 되찾았다. 좌완 불펜 트로이카 구축은 최성훈(11경기 ERA 2.19)이 완성했다. KBO 공식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LG는 25일까지 좌완 불펜 상대타자 비율 34.0%로 키움 히어로즈(34.1%)에 이어 2위에 올라있다. 좌투수들을 단순히 원 포인트로 기용하지 않는 류지현 감독의 원칙이 만든 결과다.

27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은 이러한 두터움을 증명했다. 4-1로 앞선 7회말 정찬헌 다음 등판한 투수는 정우영이었다. 결과는 삼자범퇴. 8회 투입을 고집하기보단 한동희~나승엽~딕슨 마차도 등 강한 타자 앞에 강한 투수를 넣어 성공을 이끌었다. 8회를 막아줄 투수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정용은 삼진 2개를 곁들이며 삼자범퇴로 이닝을 끝냈다. 류 감독은 이정용에게 “아직은 컨디션따라 조금은 기복이 있다. 하지만 좋은 공을 가진 투수다. 볼이 많은 유형도 아니다. 향후 더 발전할 수 있는 선수”라고 기대를 보냈다.

9회초 대거 4득점으로 리드가 8-1까지 벌어진 상황. 23일 이후 사흘간 등판이 없던 김대유가 나서 1이닝을 깔끔히 지웠다. 감각 유지 차원에서라도 필요한 등판이었다. 리그 최강의 좌완 계투로 거듭난 김대유 투입이 못내 아까울 수 있다. 비단 김대유뿐 아니다. 7점차 상황은 고우석은 물론 최성훈, 진해수, 송은범 등 누가 나왔어도 아쉬웠을 터다. 바꿔 말하면 이들 모두 핵심 필승조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이상영이 5선발 역할을 해내고 있고 임찬규와 김윤식 등이 돌아온다면 LG 선발 마운드는 더 탄탄해질 전망이다. 불펜진 입장에선 선택과 집중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가진 힘을 짧은 이닝에 온전히 쏟으면 더 좋은 퍼포먼스를 기대할 법하다. 양질의 양과 질. LG의 든든한 믿을 구석이다.

사직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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