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엠보마(왼쪽), 베아트리스 마시링기.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들의 200m 결선 진출이 특별한 것은 도쿄올림픽에서 새로 적용된 DSD(Differences of Sexual Development·성적 발달의 차이) 규정의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두 선수는 당초 여자 400m에서 강력한 메달 후보였지만, DSD 규정에 따라 주 종목에 출전하지 못했다. 엠보마는 6월 역대 3위 기록인 48초54를 찍었다. 마시링기도 강력한 메달 후보였다.
그러나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여성으로 생활하더라도 성호르몬 혈중농도가 높은 선수는 일부 종목에서 여자로 출전할 수 없다’는 DSD 규정을 신설했다. 새 규정은 여자 400m, 800m, 1500m 등에만 적용된다. 출전선수의 테스토스테론 혈중농도 상한선을 설정해 국제대회 출전과 기록 인정을 제한하는 조치다. 이 때문에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여자 800m에서 메달을 따냈던 3명의 선수는 이번에 이 종목에 출전하지 못한다.
엠보마와 마시링고는 나미비아올림픽위원회가 7월 실시한 혈액검사에서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IAAF의 기준을 넘었다. 이 때문에 나미비아는 이들의 여자 400m 출전을 포기하는 대신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여자 200m에 출전시키기로 했다.
DSD와 관련해 항상 거론되는 선수가 있다. 육상에서 ‘성 정체성’ 논란에 시달려온 캐스터 세메냐(30·남아프리카공화국)다. 여자 800m에서 2차례 올림픽(2012년 런던·2016년 리우)과 3차례 세계선수권대회(2009년 베를린·2011년 대구·2017년 런던)를 제패한 세메냐는 테스토스테론을 놓고 IAAF와 계속 대립해왔다. 2009년 세메냐가 18세의 나이로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800m에서 우승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IAAF는 체격에서 월등한 차이가 나는 세메냐의 성판별 과정을 진행했다. 2010년 7월 “세메냐는 즉시 모든 경기에 참가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이후 방침을 바꿨다. 2018년 4월 IAAF는 “선천적으로 테스토스트론 분비량이 많은 여자선수들은 국제대회 개막 6개월 전부터 약물처방을 받아 일정 수치 이하로 낮추지 않으면 국제대회의 제한된 종목에 출전하지 못한다”는 DSD 규정을 채택했다.
세메냐는 “나를 겨냥한 불평등한 규정”이라고 항의하며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다. 결과는 세메냐의 패소였다. 세메냐는 이에 불복해 스위스연방법원에도 항소했다. 스위스연방법원은 “재판이 끝날 때까지 여자부 400m와 1500m 사이의 종목에는 출전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