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 기자의 도쿄 리포트]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전웅태, 그는 애초부터 “메달 따러 간다“고 했다

입력 2021-08-08 14: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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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태.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근대5종은 펜싱, 수영, 승마, 사격, 육상 크로스컨트리 등 5개 종목 성적을 합산해 메달을 가리는, 이른바 ‘극한종목’이다.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피에르 드 쿠베르탱이 직접 고안한 종목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대한민국 근대5종은 그동안 아시아 무대에서 경쟁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국제무대에선 압도적인 체격조건을 자랑하는 서양선수들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동안 올림픽에서 크게 관심을 받지 못한 이유다.


그러나 2020도쿄올림픽에서 한국은 근대5종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장식했다. 전웅태(26·광주광역시청)가 한국 근대5종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메달을 거머쥔 것이다. 그는 7일 남자 근대5종에서 동메달을 따냈고, 정진화(32·LH)도 4위로 골인했다.

전웅태.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 누구도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종목. 그러나 전웅태는 애초부터 메달을 목표로 도쿄올림픽을 준비했다. “메달을 따려고 (올림픽에) 출전했다. 내 근대5종 인생에 남은 목표는 올림픽 메달뿐이다. 근대5종에서 한국선수가 시상대에 올라가는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널리 알리고 싶다.” 본인을 통해 근대5종의 매력을 알리고자 하는 의지가 대단했다. 그는 동메달을 따낸 직후에도 “앞으로 내게 근대5종에 대해 많이 물어봐달라”며 홍보대사를 자처했다.


애초 수영선수였던 전웅태는 서울체육중학교 근대5종 코치의 눈에 들어 종목을 바꿨다. “힘은 들지만 충분히 멋진 종목이라고 생각해 시작했다”는 그는 아시아 무대에서 조금씩 이름을 알리며 세계랭킹을 4위까지 끌어올렸다.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과 2021년 월드컵 2차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새로운 역사를 써낼 준비를 마쳤다.

전웅태.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 종목의 가장 큰 변수는 역시 승마다. 대회 주최측에서 경기 20분 전 무작위로 추첨해 말을 배정한다. 선수가 말에 적응할 시간은 20분에 불과하다. 이번 올림픽만 봐도 말이 기수의 말을 듣지 않아 순위에 영향을 끼친 사례가 있었던 만큼 많은 것을 운에 맡겨야 하기도 한다. 전웅태는 매일 다른 말을 2번씩 타며 변수에 대비했다. 레이스를 마친 뒤 그는 “(하루에 말을 2번씩 바꿔 탄 경험이)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전웅태는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대한민국 근대5종 사상 최초 메달리스트 전웅태”라고 자신 있게 답했다. 그 꿈을 이뤘다. 그의 바람대로 한국 근대5종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이제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한국 근대5종의 올림픽 최고 성적을 스스로 경신하는 것이다. 그는 “파리올림픽(2024년)에선 더 발전한 모습으로 금메달, 은메달을 목표로 하겠다”고 다짐했다.

도쿄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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