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는 허상 투고는 현실, ‘무늬만 타고투저’의 드러난 민낯

입력 2021-08-0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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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타고투저. 수년간 KBO리그를 지배한 키워드 중 하나다. 공인구 반발계수까지 손 볼 정도로 타자들이 리그를 지배했고, 투수들은 고전했다. 하지만 2020도쿄올림픽을 통해 이는 절반만 맞는 단어임이 드러났다. 타고는 허상, 투고는 현실이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7일 도미니카공화국과 동메달결정전에서 무릎을 꿇으며 이번 대회 노 메달에 그쳤다. ‘디펜딩챔피언’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김 감독과 선수단의 다짐은 모두 물거품이 됐다.

참사 수준의 결과. 투타 모두 문제였다. 한국은 팀 타율과 출루율, 장타율 모두 선두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이 결과 이면에는 해결 능력 부재가 숨어있다. 한국의 이번 대회 7경기 득점권 타율은 0.286에 그쳤다. 물론 7경기로 표본이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팀 타율 0.302에 비해 득점권에서 해결 능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팀 타율도 김혜성(0.615), 박해민(0.440), 김현수(0.400) 등 일부 ‘아웃 라이어’가 대폭 끌어올린 영향이 크다. 양의지(0.136), 오재일(0.211) 등 김 감독이 주전으로 낙점했던 베테랑 선수들의 고전은 뼈아팠다.

여기에 7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둔 2일 이스라엘과 녹아웃 스테이지를 제외한 6경기 득점권 타율은 0.218까지 떨어진다. 이스라엘전 1경기를 제외하면 이번 대회 내내 득점권마다 고개를 숙였음이 드러난다. 대회 팀 타율과 출루율(0.370) 모두 1위를 차지한, 가장 자주 출루한 타선이 납득할 만한 생산력을 뽑아내지 못한 것도 찬스에서 고전했기 때문이다. 야구는 더 많이 살아나가는 팀이 아닌, 더 많이 득점하는 팀이 승리하는 스포츠다.

마운드의 고전은 구성부터 문제였다. 투수 11명 중 전문 불펜투수는 단 3명(고우석·조상우·오승환)뿐. 선발투수 8명을 데려간 김 감독의 키워드는 이닝 쪼개기였다. 타순이 한 바퀴 정도 돌았을 때 투수를 빠르게 내려, 선발 자원들에게 3이닝 안팎씩 맡기겠다는 복안. 때문에 상대적으로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선발투수들을 대거 발탁했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정작 대회 내내 선발투수들의 다소 늦은 투수교체 시점이 도마에 올랐다. 탠덤(1+1)식으로 선발투수를 붙이기보단, 먼저 나서는 투수들을 제외하면 모두 불펜처럼 활용했다. 결국 믿을 만한 불펜자원이 많지 않았고, 이는 조상우의 6경기 146구 혹사로 이어졌다.

여러 깨달음과 교훈을 남긴 올림픽 참사. KBO리그는 무늬만 타고투저의 민낯, 타저투저를 제대로 확인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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