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리포트] 이정후 사전에 몸 사림은 없다, 우리가 알던 이정후가 돌아왔다

입력 2021-10-21 22:26: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2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 경기가 열렸다. 1회초 1사 2루 키움 이정후가 선제 1타점 적시타를 치고 1루에서 기뻐하고 있다. 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한 달간 결장하게 만들었던 악몽 같은 부상의 재발. 사령탑은 물론 트레이닝파트에서도 출전을 만류했다. 하지만 이정후(23·키움 히어로즈)의 의지는 주위의 걱정보다 더 강했다. 침묵의 5경기가 지났고, 모두가 알던 이정후가 돌아왔다.

키움은 21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5-5 무승부를 기록, 3연전을 2승1무로 마무리했다. 비록 승리를 추가하지 못했지만 같은 날 SSG 랜더스에 패한 4위 두산 베어스를 1경기차로 압박했다.

타선에서는 3번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출장한 이정후가 4타수 3안타 2타점 1도루 2득점 1사구를 기록하며 경기를 주도했다. 최근 5경기 연속 무안타로 데뷔 후 가장 깊은 슬럼프에 시달렸으나, 타격기계의 모습을 마침내 되찾았다.

이정후는 17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부터 3경기 연속 지명타자로 출장했다. 옆구리 부상 때문이었다. 홍원기 감독은 “옆구리 근막 통증이 재발해 송구 동작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0도쿄올림픽 직후 옆구리 통증으로 후반기 초반 한 달간 결장한 바 있기에 트레이닝 파트에서도 휴식을 권했다. 그러나 이정후의 출장 의지가 더 강했다.

마음처럼 되진 않았다. 이정후는 16일 대구 삼성과 더블헤더 제1경기부터 5경기, 19타석 연속 무안타로 침묵했다. 홍원기 감독은 21일 경기에 앞서 “몇 경기 페이스가 안 좋다고 해서 따로 주문하는 건 없다”며 굳은 신뢰를 보였다. 상태가 호전되며 이날은 다시 중견수로 돌아왔다.

물 만난 고기였다. 이정후는 1회초 1사 2루에서 좌전안타로 선취점을 올렸다. 이어 1-1로 맞선 3회초 무사 1·2루에선 행운의 중전안타로 타점을 추가했다. 이어진 2사 1·2루 김웅빈 타석, 2루주자 이정후는 2루수 쪽 내야안타가 나오자 3루를 거쳐 홈까지 내달렸다. 한 순간도 망설이지 않은 과감한 플레이.
비디오판독도 시도할 수 없을 만큼 빨랐다. 5회초엔 선두타자로 나서 안타를 때린 뒤 도루까지 기록했다. 단 한 순간도 몸을 사리지 않았다.

3안타를 추가한 이정후는 0.347까지 떨어졌던 타율을 0.351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경기 전까지 타율 1~3위 이정후, 강백호(KT 위즈), 전준우(롯데 자이언츠)는 ‘할푼리모’를 넘어선 ‘사’ 차이로 순위를 나눠가진 상태였다. 0.00001의 승부에서 3안타를 더했으니 격차가 확 벌어졌다.

이정후는 5-4로 앞선 9회초 2사 1·2루 두 번째 타석에서 1루수 직선타로 물러났다. 타구가 1루수 문보경 미트에 들어가는 순간 펄쩍 뛰며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앞선 3안타의 기쁨보다 놓친 1타석의 아쉬움을 더 크게 느끼는 선수. 우리가 알던 이정후가 돌아왔다.

3연전 싹쓸이 눈앞에서 무승부로 마무리한 것은 이정후나 키움 모두에 아쉬운 결과다. 하지만 이정후가 회복됐다는 것은 잔여 6경기를 준비하는 키움에 완벽한 천군만마다.

잠실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