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극심한 왼손목 통증으로 기권까지 고려했던 그는 마침내 우승을 확정한 뒤 모처럼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속내를 밝혔다. 다음은 우승 뒤 LPGA 투어와 진행한 일문일답.
-우승 축하한다.
“너무 기쁘다. 열심히 잘 하면 우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마지막 날 9언더파를 치면서 우승한 것이라 남다르다. 내 베스트 스코어가 64타였는데, 그걸 거의 10년 만에 깬 것이라 더욱 더 의미가 있는 우승인 것 같다.”
-4라운드에서 결정적인 모멘텀이 있었다면.
“많았는데, 첫 홀에서 버디를 한 것이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오늘 매 샷 할 때마다 후회없이 경기를 하고 한국에 가자고 생각했다. 결과는 어찌됐든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으로 경기를 했다.”
-올해 많은 것을 이뤘다. 시즌 5승, 상금 1위, 올해의 선수상 중 가장 뜻깊게 다가온 것은 무엇인가.
“사실 코다가 지난주에 우승하면서, 이번 주에 우승하지 못하면 올해의 선수상은 못 받겠다고 생각했다. 우승을 네 번이나 했는데 올해의 선수상을 못 받으면 너무 억울할 것 같아서 오늘 라운드에 집중했다. 우승을 하면 많은 타이틀이 따라올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집중했고, 동기부여가 됐던 것 같다. 딱 한 가지에 목표를 두지는 않았고, 오늘 라운드에 집중하고 싶었다.”
고진영(왼쪽), 넬리 코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올해는 롤러코스터 같은 시즌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많은 것을 이뤘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느낀 점이 있다면.
“시즌 초를 생각하면 우승을 한 번이라도 할 수 있을까라는 마음이었다. 그러다가 스윙 코치도 바꿨고, 클럽도 퍼터도 바꿨다. 여러가지 변화가 있었고 또 올림픽도 치렀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것도 있었다. 정말 그 어느 해보다 감정기복이 심했다. 울기도 정말 많이 울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1라운드 11번 홀에서 손목이 너무 아파 울면서 티박스에서 세컨샷으로 걸어가는데, 캐디가 ‘This is no point. You can withdraw(이 한 대회가 중요한 것이 아니니 기권해도 괜찮다는 의미)’라고 말하면서 정말 아프면 안 쳐도 된다고 했다. 아팠지만 그렇다고 해도 기권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감정기복이 큰 한 해였던 것 같다. 정말 그때 포기하지 않아서 하늘에서 ‘네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으니 우승이라는 선물을 주겠다’라고 하신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니 더욱 신기하고 좋은 한 주였다.”
-힘들고 포기하고 싶었던 그런 순간에 어떤 생각을 했는가.
“정말 슬플 때는 많이 울기도 울었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트레스를 받는 대로 해소하려고 노력했다. 골프가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자연의 이치처럼 물 흘러가는 대로 그 상황에 맞춰서 후회없이 내 자신에서 솔직하게, ‘사람’ 고진영에게 솔직해지자고 생각했다. 감정을 속이지 말고 정말 솔직하게 모든 것을 다 한 것 같다.”
-올해 남은 일정이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골프채를 멀리 놓고, 골프 생각 안 하고, 배 위에 감자튀김을 올려놓고 넷플릭스를 보고 싶다(웃음).”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