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S와 함께하는 베이징동계올림픽] ③스키점프는 ‘점프’가 아니다(?)

입력 2022-01-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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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스포츠과학밀착지원팀과의 협업을 통해 훈련중인 한국 국가대표 점프스키팀. 사진은 점프 후 공중을 날아가는 모습. 사진제공 |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스포츠과학밀착지원팀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스포츠과학밀착지원팀과의 협업을 통해 훈련중인 한국 국가대표 점프스키팀. 사진은 점프 후 공중을 날아가는 모습. 사진제공 |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스포츠과학밀착지원팀

‘인간새의 비상!’ 스키점프를 표현하는 수식어다. 스키점프 남자선수의 최고기록은 253.5m다. 스키점프 선수들은 날개도 없이 약 8초간의 비행을 마치고 머나먼 설원의 끝자락에 사뿐하게 착지한다. 이처럼 길고 먼 비행을 위해 스키점프 선수들은 얼마나 높이 점프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스키점프 선수들은 ‘점프’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이빙’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지도 모른다.

11도의 비밀
점프의 사전적 의미는 ‘몸을 날리어 높은 곳으로 오름’이다. 점프를 ‘도약’으로 번역해도 ‘몸을 위로 솟구치는 일’로 설명한다. 하지만 스키점프에선 몸을 날리어 높은 곳으로 오르거나 위로 솟구치는 등 사전적 의미의 점프나 도약은 일어나지 않는다.

스키점프 도약대의 각도는 -35도 급경사에서 시작해 도약대 끝부분에 이르러서도 -11도를 유지한다. 즉, 도약대 끝의 방향은 위쪽이 아니라 아래쪽을 향하고 있다. 아파트 30층 높이에서 급경사를 통해 시속 100㎞ 가까이 가속되며 내려온 스키점프 선수가 허공으로 내몰리는 순간, 그는 사실 -11도의 각도로 끊임없이 낙하하고 있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스포츠과학밀착지원팀과의 협업을 통해 훈련중인 한국 국가대표 점프스키팀. 사진은 스키점프 선수의 이륙장면. 사진제공 |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스포츠과학밀착지원팀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스포츠과학밀착지원팀과의 협업을 통해 훈련중인 한국 국가대표 점프스키팀. 사진은 스키점프 선수의 이륙장면. 사진제공 |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스포츠과학밀착지원팀


이처럼 초기 속도가 아래쪽을 향하고 있는 까닭에 스키점프 선수들은 도약대를 떠나는 순간 발목을 이용해 스키의 팁(앞부분)을 위로 들어올려 적절한 바람의 받음각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자동차보다도 빠른 속도로 마주 오는 바람에 스키는 제어력을 잃게 되고,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칠 것이다.

현장의 노하우와 스포츠과학의 만남
비행 중 스키는 지상을 기준으로 약 12.3도의 각도를 유지해야 가장 멀리 비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기 각도가 -11도인 것을 고려하면 지상에서 훈련할 때보다 발 앞쪽을 훨씬 많이 들어올려야 가능한 자세다. 이런 점에 착안해 우리 스키점프국가대표팀은 지상훈련을 위한 스키점프 도약대를 직접 제작해 활용하고 있다.

전 국가대표팀 선수이자 사령탑이기도 한 대한체육회 소속 김흥수 감독의 아이디어였다. 김 감독이 제작한 스키점프 훈련용 도약대는 실제 스키점프 도약대와 동일한 -11도의 각도로 제작됐고, 선수들은 스키부츠 등 장비를 착용한 상태로 실제와 거의 유사한 상황의 훈련이 가능하다.

누구보다 스포츠과학의 중요성을 잘 아는 김 감독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 감독은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의 스포츠과학밀착지원팀과 협력해 도약대를 떠나는 과정 동안 발바닥에 가해지는 힘의 변화나 근육의 쓰임 등을 첨단장비를 활용해 연구하고 있다. 이처럼 현장 전문가의 노하우와 스포츠과학적 지원의 협업은 선수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결실을 맺기 위한 1%의 역할을 더욱 견고히 할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스포츠과학밀착지원팀과의 협업을 통해 훈련중인 한국 국가대표 점프스키팀. 사진제공 |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스포츠과학밀착지원팀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스포츠과학밀착지원팀과의 협업을 통해 훈련중인 한국 국가대표 점프스키팀. 사진제공 |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스포츠과학밀착지원팀

스키점프에 숨은 스포츠과학적 원리
스키점프 선수의 비행에는 다양한 스포츠과학적 원리가 숨어있다. 시작부터 끊임없이 낙하하는 스키점프 선수들은 최대한 늦게 낙하해 멀리 비행하는 능력을 겨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기 위해 2.5m 길이가 훌쩍 넘는 스키를 날개처럼 이용해 바람을 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앞선 설명과 같이 지면과 일정한 각도를 이용해 마주 오는 바람을 받아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키를 V자 형태로 벌려 더욱 넓은 면접으로 바람을 받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이런 자세는 1985년 스웨덴의 얀 보클뢰브에 의해 처음 시도됐다. V자 형태의 자세는 11자 형태의 자세에 비해 몸을 떠오르게 하는 양력을 약 28% 증가시키고, 비행거리를 10% 가량 늘릴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스키뿐 아니라 선수들의 몸통 자세에도 공기역학적 원리가 숨어있다. 스키점프 선수들이 살짝 구부정한 자세로 엉덩이 관절을 약 140~160도 정도가 되게 하는 이유도 비행기 날개처럼 위쪽은 둥글고 아래쪽은 평평하게 해 양력을 크게 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베르누이의 정리에 의하면, 이런 자세에선 위쪽으로 지나가는 공기의 흐름이 상대적으로 빨라지면서 저기압이 형성되고 몸이 떠오르려는 양력은 커진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KISS) 스포츠과학밀착지원팀 김기태 연구위원(체육학 박사)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KISS) 스포츠과학밀착지원팀 김기태 연구위원(체육학 박사)


이런 과학적 원리를 통한 경기력의 발전은 현장에서 수많은 경험과 시행착오를 통한 노하우, 그리고 스포츠과학자들의 노력이 어우러지면서 빚어진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현장과 연구자의 노력을 통해 스키점프라는 인간새들의 향연은 동계 종목의 꽃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고, 오늘도 그 같은 노력은 이어지고 있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KISS) 스포츠과학밀착지원팀 김기태 연구위원(체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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