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한동희. 스포츠동아DB
한동희(23·롯데 자이언츠)의 프로통산 타석당 삼진율은 20%다. 커리어하이 성적을 낸 지난해에는 19%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8%에 그친다. 지난해 개막 후 첫 달 성적과 비교하면 차이가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 4월에는 96타석에서 삼진 25개를 남겼다. 반면 올해는 101타석에서 삼진 8개뿐이다. 그럼에도 홈런 7개로 1위다. 장타율은 0.766에 달한다. 삼진을 줄이며 만든 결과라 더욱 놀랍다. 삼진은 ‘홈런타자의 세금’이라고도 불린다.
정확도를 높였다. 홈런 상위 15명 중 한 자릿수 삼진을 남긴 것은 한동희, 이정후(키움 히어로즈·4홈런·3삼진)뿐이다. 타격 성적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한동희는 1일 잠실 LG 트윈스전까지 25경기에서 타율 0.436(94타수 41안타)으로 이 부문 1위다. 그는 “강하게 치는 것보다 정확하게 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타구의 질은 리그에서 손꼽힌다. 여러 요소 중 타구속도가 눈에 띈다. 롯데 R&D팀에 따르면, 한동희는 지난 3년간 월등한 타구속도를 기록했다. 2019년에는 평균 시속 149.3㎞, 최고 시속 171㎞를 기록했다. 2020년 들어서는 평균 151.5㎞, 최고 177㎞까지 올랐다. 지난해에도 평균 150㎞, 최고 170㎞대 타구속도를 유지했다. 쳤다 하면 하드히트(타구속도 95마일 이상·약 152㎞ 이상)인 셈이다.
올해는 기대가 더 컸다. 롯데 구단 트랙맨 데이터 측정값에 따르면, 한동희는 스프링캠프 기간 평균 146㎞, 최고 173㎞의 타구속도를 기록했다. 개막을 수개월 앞둔 추운 날씨에서였다. 배팅케이지 뒤에는 코치진과 선수들이 타구측정장비를 보러 꼭 몰렸다. 정규시즌에도 수준을 유지했다. 힘보다 정확도에 신경 쓰면서 평균 154㎞, 최고 174㎞를 기록했다.
올해는 타석전략수립의 성장이 돋보인다. 불리한 볼카운트에도 대처가 된다.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타율 0.263(19타수 5안타), OPS(출루율+장타율) 0.737을 기록했다. 한동희는 “1~2년차 때보다 여유가 생겼다. 확실한 내 야구관이 생겼다. 상대 투수에게 대처하는 능력도 잡혀가는 것 같다”고 밝혔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1~2년차 선수들은 상대 투수를 잘 모른다. 자기 장점을 파악 못 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지금 한동희는 계획이 있다. 경험한 만큼 성숙해졌다”고 평가했다.

롯데 한동희.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백어진 롯데 퀄리티컨트롤(QC)코치의 역할이 컸다. 한동희는 “코치님께 상대 투수의 성향과 구종에 대해 조언받는데, 타석에서 전략을 수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백 코치는 “지금 동희는 두려움이 없어 보인다”며 “2스트라이크로 불리한 볼카운트에도 큰 틀에선 대처가 다르지 않다. 볼카운트가 어떻든, 기본적으로는 자신의 존에 들어오거나 원하는 구종이 오면 강하게 휘두른다. 동희도 타석에 들어가기 전 계획을 짜놓는다. 나는 선수 스스로 확신을 갖도록 도울 뿐”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는 한동희의 활약이 대견스럽다. 이대호가 은퇴를 앞둔 시점이라 더욱 반갑다. 한동희는 신인이던 2018년부터 이대호의 뒤를 이을 선수로 기대를 모았다. 올해는 대표팀 승선도 노린다. 2022항저우아시안게임에 갈 유력한 3루수 후보다. 발탁된다면, 성인대표팀 합류 시점은 이대호보다 1년 빠르다. 이대호는 2006도하아시안게임부터 ‘조선의 4번타자’로 거듭났다. 2006년 이대호는 프로 6년차였다. 2022년 한동희는 프로 5년차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