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KGC와 김승기 감독(50)의 재계약 협상은 결국 진전 없이 마무리됐다. 김 감독은 고양 오리온을 인수하는 데이원자산운용 프로농구단(가칭)의 초대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길 전망이다.
KGC는 13일 “김 감독의 요청으로 기존 계약을 중도에 해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2020~2021시즌 챔피언에 등극한 뒤 재계약한 김 감독과 KGC의 동행은 이로써 한 시즌 만에 끝났다. 김 감독은 데이원자산운용 측으로부터 사령탑 제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초대 사령탑 선임이 유력하다. 3년 이상의 다년 계약에 연봉 등 호조건을 제시받았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김 감독이 KGC를 떠나기로 결심하는 데는 1년 전 재계약이 도화선이 됐다. 팀을 우승시켰지만 보장된 계약기간은 1년뿐이었다. 연봉 인상폭도 크지 않았다. 2021~2022시즌 후 1년 더 계약을 연장하는 옵션이 추가됐다. 팀을 리그 정상으로 이끈 사령탑에게는 매우 이례적인 단기 재계약이었다.
이유가 있었다. KGC 구단은 2019~2020시즌 정규리그 도중 경기 포기로 벌금 1000만 원을 부과받은 적이 있는 김 감독에 장기간 팀의 지휘봉을 맡기길 꺼렸다. 2020~2021시즌 팀을 정상으로 도약시켰지만 장기 계약은 부담스러웠다. 그러면서 김 감독이 500만 원 이상의 제재를 받을 경우 옵션을 발동하지 않는 조항을 삽입했다. 김 감독은 계약조건이 불만족스러웠지만 구단의 제안을 받아드릴 수밖에 없었다. 김 감독은 2021~2022시즌을 치르면서 최대한 항의를 자제하는 등 불미스러운 일을 벌이지 않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정규리그 막판 변수가 발생했다. 데이원자산운용이 오리온 인수를 추진하면서 사령탑으로 김 감독을 원했고, 적극 구애를 펼쳤다. 조건도 좋았다. 김 감독은 고민 없이 떠나려 했다. 플레이오프(PO) 시작에 앞서 KGC 구단에 “시즌 종료 후 그만두겠다”는 의사도 전달했다. 그런데 PO를 치르면서 또 묘한 기류가 흘렀다. KGC가 김 감독 잔류를 위해 재계약 협상을 진행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듯한 여지를 남겼다. 이에 김 감독은 챔피언 결정전을 마친 직후 마련된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하지만 양측이 원하는 바는 천양지차였다. 결국 협상은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고, KGC는 새로운 사령탑을 찾기로 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