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영건’ 김주형의 위대한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입력 2022-08-08 14: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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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형.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스무살 영건’ 김주형(20)이 한국 남자골프의 역사를 새로 쓰며 당당히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도 자신의 이름을 아로새겼다. “이렇게 갑자기 우승할줄 나도 몰랐다”고 했지만 그는 일찌감치 “언젠가 세계랭킹 1위를 찍고, 4대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우승하고 싶다”던 ‘준비된 챔피언’이었다.

김주형은 8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즈버러의 세지필드 컨트리클럽(파70)에서 열린 2021~2022시즌 PGA 정규투어 마지막 대회 윈덤 챔피언십(총상금 730만 달러·95억2000만 원)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8개, 보기 1개로 9언더파 61타를 쳤다. 합계 20언더파 260타를 기록하며 공동 2위를 차지한 임성재(24)와 교포 존 허(미국·이상 15언더파)를 5타 차로 여유있게 따돌리고 우승상금 131만4000달러(17억1000만 원)를 손에 넣었다.

김주형은 최경주(52), 양용은(50), 배상문(36), 노승열(31), 김시우(27), 강성훈(35), 임성재, 이경훈(31)에 이어 한국 국적 선수로는 9번째로 PGA 투어 정상에 오른 선수가 됐다. 2002년 6월 21일 태어나 20세 1개월 17일 나이인 그는 김시우(27)가 2016년 8월 윈덤 챔피언십에서 기록한 기존 한국인 PGA 투어 최연소 우승 기록(21세 1개월 25일)도 갈아치웠다.

PGA 투어 역사의 한 페이지도 장식했다. 2000년대 출생한 선수 중 PGA 투어 최초 우승자로 이름을 올렸고, PGA 투어가 미국프로골프협회(PGA of America)에서 분리된 1968년 이후 2013년 7월 존디어클래식에서 19세 11개월 18일에 우승한 조던 스피스(미국) 이후 역대 두 번째로 어린 우승자가 됐다.

김주형.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1라운드 첫 홀 ‘양파’를 딛고 일어서다

김주형은 이번 대회 1라운드 1번(파4) 홀에서 연이어 실수를 범하며 4타를 잃었다. 쿼드러플보기, 흔히 말하는 ‘양파’였다. 다른 선수들 같으면 ‘멘붕’이 올 상황이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이후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잡아 3언더파 공동 23위로 1라운드를 마쳤다. 2라운드에서 6언더파를 몰아치며 공동 선두로 뛰어올랐고, 악천후 탓에 3라운드 도중 경기가 중단된 사흘째에는 공동 선두에 1타 뒤진 공동 3위로 잠시 숨을 골랐다.

그리고 8일. 전날 마치지 못한 10개 홀에서 버디 1개와 보기 1개를 맞바꾼 뒤 4라운드에 나서 그야말로 무섭게 타수를 줄여나갔다. 2번(파4)~3번(파3)~4번(파4) 홀에서 3연속 버디로 신바람을 낸 뒤 5번(파5) 홀에선 이글을 잡았고, 6번(파4) 홀에서 다시 1타를 줄여 5개 홀에서 6타를 줄이는 신기에 가까운 샷감을 과시했다. 8번, 9번(이상 파4) 홀에서 다시 버디를 잡아 전반 9개(파35) 홀에서 27타만 치는 놀라운 샷감을 자랑했다.

일찌감치 리더보드 최상단을 점령한 그는 10번(파4) 홀 보기로 뒷걸음질을 쳤지만 15번(파5)~16번(파3) 홀 연속버디로 최종 20언더파를 완성했다. PGA 투어 역사상 대회 첫 홀에서 쿼드러플 보기 이상을 기록하고 우승을 차지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


●‘골프 노마드’, 이젠 세계 정상을 노린다

김주형은 ‘골프 노마드’다. 서울에서 태어나 호주에서 살던 5살 때 처음 골프채를 잡고, 필리핀에 거주하던 11살 때 본격적으로 골프에 입문한 그는 태국에서 2018년 아시안투어에 데뷔하며 프로생활을 시작하는 등 어렸을 때 한국을 떠나 줄곧 해외에서 생활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2020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김주형.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해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 데뷔해 두 번째 출전이었던 군산CC 오픈 정상에 오르며 코리안투어 프로 선수 최연소 우승과 KPGA 입회 후 최단기간 우승(3개월 17일) 신기록을 세우며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지난해에는 코리안투어 상금, 대상, 평균타수 1위 등 최연소 3관왕에 올랐다. 동료 선수들이 직접 뽑은 2021 동아스포츠대상 남자프로골프 ‘올해의 선수’상도 그의 차지였다.

지난해 말 코리안투어가 끝나자 때마침 재개된 아시안투어에 복귀한 김주형은 싱가포르오픈에서 정상에 오르며 올 1월 아시안투어 상금왕까지 거머쥐었다.

코리안투어와 아시안투어 활약에 부지런히 모은 세계랭킹 포인트를 보태 PGA 투어 대회 초청장을 받기 시작한 김주형은 지난달 제네시스 스코틀랜드 오픈 3위에 올라 초청 횟수에 제한을 받지 않는 ‘특별 임시회원’ 자격을 획득했고, 마침내 고작 15번째 PGA 투어 출전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PGA 투어 샛별’로 떴다. 곧바로 PGA 투어 회원 자격을 얻은 그는 다음주 이어지는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출전 자격까지 따냈다. 세계랭킹은 13계단이나 상승한 21위가 됐다.

2020년 한국 취재진 앞에서 “언젠가 세계랭킹 1위를 찍고, 4대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우승하고 싶다”고 당당히 꿈을 털어놓던 그의 위대한 도전은 이제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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