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FA 다년계약 체결 후 롯데 이석환 대표이사(왼쪽)와 기념 촬영하는 박세웅.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비FA 다년계약 체결 후 롯데 이석환 대표이사(왼쪽)와 기념 촬영하는 박세웅.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부담이란 말을 책임감으로 바꾸면 다르지 않을까요?”

박세웅(27)이 롯데 자이언츠와 비(非)프리에이전트(FA) 다년계약을 체결했다. 롯데는 26일 “팀의 주축이 되는 선발투수진 안정화를 위해 박세웅과 5년 총액 90억 원(연봉 70억+옵션 20억)에 계약했다”며 “이번 다년계약은 FA 계약에 준하는 파격적 조건으로, 내년 시즌 준비를 위해 그룹의 지원 속에 구단 최초의 다년계약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계약 발표 직후 스포츠동아와 연락이 닿은 박세웅은 “큰 계약을 맺게 돼 홀가분한 기분이 들기보다 책임감이 더 생긴다”며 “지금까지 해온 것보다 앞으로 이뤄야 할 게 더 많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세웅은 한 시즌만 더 뛰면 FA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지난해 열린 2020도쿄올림픽에서 메달을 목에 걸었다면 당장 2023년 시즌 후 시장의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당초 계획대로 입대하더라도 투수로서 전성기 나이인 30대 초반에 FA 시장으로 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박세웅의 가치를 높이 산 롯데가 한 박자 빠르게 움직였다. 모기업의 지원 아래 합리적 계약에 이를 수 있던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까지 파악한 결과였다. 박세웅은 올 시즌 FIP(수비무관평균자책점·스포츠투아이 기준) 2.87(전체 4위·국내 3위)로 에이스의 자질을 한껏 뽐냈다. 롯데 관계자는 “지금 리그에서 박세웅만한 선발투수를 찾긴 정말 어렵다. 곧 있으면 시장에서도 선발투수가 금값인 상황이 올 것”이라며 “박세웅과 우리 모두 서로에게 합당한 계약을 맺은 것 같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롯데 박세웅.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롯데 박세웅.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 또한 롯데를 향한 애정이 커 다년계약에 이르게 됐다. 또 국군체육부대(상무) 입대를 미루고 2022항저우아시안게임 와일드카드 발탁을 노릴 수 있게 됐다. 그는 “아직 군 복무를 마치지 못한 상태인데도 구단에서 내게 좋은 계약을 안겨주셨다”며 “FA는 모든 선수의 꿈이다. 그럼에도 한 시즌을 남겨놓고 다년계약을 맺은 건 롯데를 향한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시장에 나가 지금보다 좋거나 나쁜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팀에 내가 애정을 갖고 행했던 모든 일들이 곧 계약 성사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세웅은 리그 톱클래스로 불려도 손색없는 투수다. 2014년 KT 위즈에 지명된 뒤 이듬해 롯데로 트레이드돼 간판투수로 성장했다. 올 시즌까지 통산 196경기(1001이닝)에 등판해 53승70패, 평균자책점(ERA) 4.77을 기록했다. 2021년부터는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했다. 최근 3년 동안에는 박세웅보다 높은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스포츠투아이 기준·7.91)을 기록한 롯데 국내투수는 없었다.

박세웅은 “그동안 야구선수로 살아오면서 가장 자주 들은 단어가 ‘부담’이다. ‘부담되지 않느냐’는 말은 들으면 항상 다르게 생각했다. 부담이란 말을 책임감으로 바꾸면 어떨까. 결국 생각하기 나름이다. 부담이라고 여기면 계속 부담될 뿐이다. 하지만 책임감이라고 느끼는 순간 야구를 대하는 자세나 경기에서 나오는 모습도 달라진다”며 “그동안 FA가 된 선배들을 보며 ‘부럽다’고만 느꼈지, 실제 어떤 기분일지는 몰랐다. 하지만 이젠 조금 알 것 같다. 더 큰 책임감을 갖고 뛰겠다”고 다짐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