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에셋증권 플레잉코치 정영식은 2010년대 한국남자탁구를 대표한 스타선수였다. 올해부터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후배들이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 출전할 수 있도록 돕고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올해 초 미래에셋증권의 한국프로탁구리그(KTTL) 경기에 출전한 정영식. 사진제공 | 한국실업탁구연맹
2010년대 한국남자탁구를 이끌었던 정영식(31·미래에셋증권)에게 4일 충남 당진 고대체육관에서 막을 내린 올해 국가대표 파견선발전의 의미는 평소보다 남달랐다. 코트에 선 선수가 아니라, 벤치에 앉아 선수들을 지도하는 ‘플레잉코치’로서 새롭게 도전해서다.
정영식은 2008년부터 태극마크를 놓고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 주세혁 남자대표팀 감독, 오상은 미래에셋증권 감독 등 쟁쟁한 선배들은 물론 장우진, 임종훈 등 후배들과 경쟁해왔다. 아직 나이도 젊고, 기량도 건재한 그가 코트가 아닌 벤치를 선택한 이유에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정영식은 선발전 기간 중 스포츠동아와 만나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이후 많은 기대를 받았다. 이후에도 노력을 많이 했지만 탁구가 늘지 않으면서 부담이 컸다”며 “지도자가 돼보니 후배들의 체력·심적 부담이 많이 공감됐다. 태극마크를 향한 간절함은 지금도 느낀다”고 밝혔다.
정영식은 올 시즌 한국프로탁구리그(KTTL) 개막과 함께 미래에셋증권 플레잉코치로서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해왔다. 2020도쿄올림픽 이후 대표 발탁을 고사했지만, 녹록치 않은 기량을 과시해온 만큼 주변에선 은퇴 만류도 많았다. 정영식은 “아버지를 비롯해 타 종목의 김정환, 구본길(이상 펜싱), 김연경 선수(여자배구) 등 많은 분들이 은퇴가 이르다며 만류했다”며 “201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계획했던 일이라고 설명하니 주변에서 많은 지지를 보내주셨다. 김택수 총감독님과 오상은 감독님도 내 의견을 존중해주셨다”고 설명했다.
정영식에게 선수생활은 화려함과 고통이 공존한 시간이었다. 10대 시절부터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대회 메달을 목에 걸며 화려한 시간을 보냈지만, 섬세한 성격 탓에 식단, 훈련, 루틴 등을 많이 신경 써야 해 부담이 컸다. 그래서인지 “한때 내 탁구인생은 100점 만점에 50~60점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90점은 되는 것 같다”며 “도쿄올림픽 남자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메달을 따지 못해 10점을 뺐다. 지도자로서 후배들에게 탁구가 부담이 아닌 즐거움이 될 수 있도록 도우면서 100점을 채우고 싶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 | 한국실업탁구연맹
정영식은 “현역 시절 내 경기에 신경 쓰기 바빠 후배들에게 기술적 조언을 깊게 해주지 못했다. 코치가 돼 조언을 자주 해줄 수 있어 좋다”며 “후배들에게 코트 위에서 둘 중 하나는 질 수밖에 없는데, 지더라도 상대를 축하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즐겁게 운동하되,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목에 걸 수 있을 정도로 노력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한때 예능에도 출연해 한 명의 사회인으로서 다른 직종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 수 있어 좋았다”며 “이 경험이 지도자생활을 할 때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 같다. 나중에 후배들이 대외활동을 할 기회가 생긴다면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당진 |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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