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니 더 깊은 뜻 담긴 ‘기세’…롯데에 퍼진 김상수의 영향력 [스토리 베이스볼]

입력 2023-05-24 15: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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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김상수.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단순히 말로만 ‘기세’라고 하는 게 아니에요.”

롯데 자이언츠 김상수(35)는 지난달 28일 사직 키움 히어로즈전을 마친 뒤 촬영한 구단 유튜브 동영상에서 신인 투수 김기준이 “마운드에 오를 때 떨리는 긴장감을 어떻게 컨트롤하나요?”라고 묻자 “기세”라고 짧게 답한 뒤 “매번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마음이 다를 것 아니냐. 핵폭탄이 터지지 않는 이상 죽지 않는다. 홈런을 맞아도, 만루홈런을 맞아도 죽지 않는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즐겨라. 즐기는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후 ‘기세’라는 표현은 팬들 사이에서도 유행처럼 번졌고, 올 시즌 롯데의 돌풍을 상징하는 단어가 됐다. 홈과 원정을 불문하고 롯데가 가는 곳마다 ‘기세’라고 적힌 플래카드나 스케치북을 들고 응원하는 팬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노진혁은 “(김)상수 형이 말한 뒤로 선수들 사이에서도 기세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다”며 “야구에서도 기세는 아주 중요하다. 기세를 끌어올려야 할 때면 우리도 기세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고 말했다. 김상수는 “누구나 아는 단어라서 이렇게까지 퍼질 줄은 몰랐다”고 놀라워했다.

단순히 내뱉은 표현이 결코 아니었다. 김상수는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서 “스프링캠프 때부터 선수들에게 ‘기세’라고 자주 말했는데,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영향력을 퍼트릴 수 있는 팀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그렇다고 아무런 근거나 노력 없이 말로만 ‘기세’라고 내뱉는 게 아니다. 지금 패기 있게 잘 던지는 후배들을 보면, 분명한 노력과 시간을 투자했으니 ‘기세’가 나오는 것이다. 난 ‘자신감은 노력한 만큼 나온다’고 믿는다. 노력이 뒷받침된 자신감이 계속 이어지다 보면 ‘기세’가 나오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 김상수(왼쪽)가 구단 유튜브 동영상 촬영 중 “마운드에 오를 때 떨리는 긴장감을 어떻게 컨트롤하나요?”라는 신인 투수 김기준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공식 유튜브 Giants TV 캡처


김상수는 실력 면에서도 동료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올 시즌 7번째 홀드를 챙긴 23일 사직 NC 다이노스전까지 23경기에서 평균자책점(ERA) 1.56, 이닝당 출루허용(WHIP) 1.10으로 역투했다. 키움 히어로즈 시절이던 2019년 주장을 맡은 와중에도 KBO리그 역대 단일시즌 최다 기록인 40홀드로 이 부문 1위에 오르는 등 후배들에게 모범이 됐던 모습이 다시 나오고 있다. 김상수를 따라 불펜투수로 타이틀 홀더를 꿈꾸는 최준용은 “묵묵히 자신의 몫을 다하시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라며 “훈련에도 정말 진중하게 임하신다. 많이 배우고 싶다”고 다짐한 바 있다.

롯데에 자신의 영향력을 계속해서 퍼트리고 있는 김상수는 “올 시즌 잘하고 있는 후배들을 보면 참 대견한 마음이 든다. 후배들이 ‘기세’를 홀로 간직하지 않고, 또 다른 동료들에게 전파한다면 우리 팀도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직 |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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