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박영현. 스포츠동아DB
“엄청난 부담도 이겨내는 게 중간투수의 역할이다.”
KT 위즈 박영현(21)은 올 시즌 KBO리그 최고의 불펜투수 가운데 한 명이었다. 정규시즌 68경기에 등판해 3승3패4세이브32홀드, 평균자책점(ERA) 2.75를 기록하며 홀드 부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가을야구 무대에서도 팀의 플레이오프(PO)와 한국시리즈(KS) 10경기 중 8경기에 나서 ERA 2.08(8.2이닝 2자책점)의 호성적을 거뒀다. 또 2022항저우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에 선발돼 금메달의 기쁨까지 맛봤다.
올 시즌 박영현의 보직은 마무리투수의 등판에 앞서 8회를 책임지는 ‘프라이머리 셋업맨’이었다. 그러나 올해까지 KT의 뒷문을 든든히 책임졌던 김재윤(33)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한 까닭에 누군가는 그 자리를 메워야 하는 상황이다. 시속 150㎞대의 빠른 공을 지닌 데다 쉽게 주눅 들지 않는 강심장을 자랑하는 박영현이 새로운 마무리투수 1순위 후보로 꼽힌다. 올해 정규시즌(4세이브)과 KS(1세이브)에서 총 5세이브를 챙기며 마무리투수의 중압감도 이미 경험했다.
뛰어난 구위와 제구력을 갖추고도 위기 상황의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한 채 고전하는 투수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박영현은 데뷔시즌인 지난해부터 멘탈은 타고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52경기에서 승리 없이 1패2홀드, ERA 3.66을 기록하며 적응기를 마친 뒤 올 시즌을 통해 리그 정상급 불펜투수로 자리 잡은 비결이다. 기술적으로도 빠른 공과 주무기인 체인지업을 던질 때의 팔 스윙이 일정해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 데 능하다. ‘박영현 마무리론’이 대세로 떠오른 이유는 기술과 멘탈을 모두 인정받은 덕분이다.
사령탑과 동료들의 평가도 박영현의 타고난 멘탈을 뒷받침한다. 이강철 KT 감독은 지난해 “(박)영현이는 데뷔 첫해임에도 마운드에 올라가서 맞고 팀이 지더라도 또 나가서 씩씩하게 던진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영현의 유신고 1년 선배이기도 한 소형준은 “영현이가 너무 많이 컸다. 내가 멘탈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 스스로 경험하며 많이 성장했다. 오히려 내가 배워야 할 입장”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본인의 의지 또한 강하다. 어떤 보직을 맡아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엄청나다. 박영현은 “엄청난 부담도 이겨내는 게 중간투수의 역할”이라며 “감독님께서 어떻게 해주실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막아낼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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