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입단 기념사진을 찍은 이지영. 사진제공 | SSG 랜더스
SSG 랜더스는 12일 키움 히어로즈와 사인&트레이드로 프리에이전트(FA) 포수 이지영을 영입했다. 이지영은 통산 1270경기에 출장한 베테랑 포수다. 이 만한 경험을 한 포수는 몹시 드물다. KBO리그에서 1000경기 넘게 뛴 포수는 역대로 21명밖에 되지 않는다.
SSG가 이지영을 영입한 이유는 1군 안방 메우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SSG는 조형우를 미래의 주전 포수로 키우고 있다. 조형우는 SSG가 2021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기꺼이 쓴 기대주이자, 지난해 에이스 김광현도 나서서 경험치를 쌓게 해준 선수다. SSG는 “선수생활 면에서 모범적이고 우수한 기량을 보유한 이지영이 젊은 포수진에게 좋은 멘토가 돼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외부 영입으로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꾀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1년 전 겨울에는 롯데 자이언츠가 유강남을 영입해 늘 약점이던 안방을 보강하는 동시에 젊은 포수들이 성장할 발판을 마련했다. SSG와 마찬가지로 롯데에도 핵심 유망주인 손성빈이 있다. 다만 롯데에는 과거 강민호(삼성 라이온즈)가 떠난 뒤 입단 2년차였던 나균안에게 무리하게 안방을 맡겼다가 도리어 최고 유망주를 망친 경험이 있다. 손성빈을 느긋하게 지켜보기로 한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NC 다이노스는 비교적 이른 시점에 세대교체를 이룬 팀이다. 지난해 양의지(두산 베어스)가 떠난 뒤 박세혁으로 안방을 메운 NC는 FA뿐만 아니라 보상선수로도 포수(안중열)를 영입해 선수층을 키웠다. 당시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복무 중이던 핵심 유망주 김형준의 전역을 앞두고 경쟁의 판을 깐 것이다. 김형준은 박세혁이 부상과 부진에 시달렸을 때 빈자리를 메우다가 차세대 국가대표 포수로까지 성장했다.
김형준에 이어 손성빈, 조형우까지 도약한다면 향후 파급효과를 노리는 포수 영입이 더 이어질지도 모른다. 과거 양의지, 강민호 등 한국야구의 간판 포수가 FA로 풀린 때와는 또 다른 양상이다. KBO리그 전체적으로는 포수를 키우지 못한 과거를 이제 청산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