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불협화음+오심 은폐’ 논란의 ABS…확실한 교통정리 필요한 KBO

입력 2024-04-15 15: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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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구성원 모두가 수긍할 만한 ‘교통정리’가 꼭 필요하다.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가 추문에 휩싸였다. 14일 열린 대구 NC 다이노스-삼성 라이온즈전 도중 발생한 심판진의 귀를 의심케 한 행위 때문이다.

0-1로 뒤진 삼성의 3회말 공격 2사 1루 이재현 타석 때였다. NC 선발투수 이재학은 볼카운트 0B-1S서 직구로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높은 곳을 찍었다. 스트라이크였으나, 주심의 판정은 볼이었다.

올해부터 KBO리그에는 자동투구판정 시스템(ABS)이 도입됐다. 주심은 ABS의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수신호와 음성으로 전달받는다. 양 팀 덕아웃에는 ABS 판정을 확인하기 위한 태블릿PC가 1대씩 비치돼 있다.

주심이 스트라이크 콜을 하지 않았기에 이재학의 2구째는 볼로 판정된 채로 경기가 진행됐다. 하지만 덕아웃 태블릿PC에는 스트라이크로 표시됐다. 뒤늦게 이를 확인한 강인권 NC 감독은 풀카운트 상황에서 심판진에게 어필했다. 하지만 다음 투구가 이뤄지기 전에 어필했어야 한다는 규정을 이유로 심판진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논란의 장면은 그 과정에서 포착됐다. 심판진 4명은 해당 사안을 논의하기 위해 한데 모여 의견을 나눴는데, 귀를 씻고 싶은 수준의 얘기가 튀어나왔다. 이날 경기의 심판팀장인 이민호 심판(1루심)의 “음성은 분명히 볼로 인식했다고 하세요. 아셨죠? 이것은 우리가 빠져…, 그거밖에 없는 거야. 볼이라고 나왔다고 하시라고. 위에 안 깨지려면”이라는 말이 방송 중계를 통해 팬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은폐, 책임 회피, 오심 등이 모두 뒤섞인 대화였다.

KBO는 심판진으로부터 경위서를 받고 징계를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사후조치에는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현장에서 ABS의 신뢰도에 의구심을 표하는 발언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 시점에서 전대미문의 스캔들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KBO는 ABS 도입 후 ‘정확도는 99.9%’라는 거창한 말로 일방적 설명만을 이어왔다. 허구연 KBO 총재를 비롯한 관계자들 대부분은 ‘세계 최초 ABS 도입’의 상징성만 강조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구성원 모두가 납득할 만한 상호작용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일은 ABS의 긍정적 측면까지 송두리째 훼손시킬 만한 심각한 사태다. KBO는 반드시 팬들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사후조치를 내놓아야 한다. ‘책임 회피에 빠져나갈 구멍은 없다’는 확실한 선례를 만들 필요가 있다.

장은상 스포츠동아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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