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강민호(왼쪽). 스포츠동아 DB
삼성 라이온즈 포수 강민호(39)의 올 시즌 후반기 페이스는 뜨겁다 못해 불타오를 정도다. 한국 나이 불혹에 체력 부담이 상당한 포수임을 고려하면 놀랍다는 표현이 알맞다. 공·수 양면에서 삼성의 ‘본체’로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올 시즌 전반기 82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0(215타수 58안타), 5홈런, 32타점의 성적을 거둔 강민호는 후반기 들어 더욱 불을 뿜고 있다. 6일까지 후반기 22경기에서 타율 0.395(86타수 34안타), 10홈런, 2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212다. ‘4번타자 포수’라는 상징성도 엄청나다.
이 같은 후반기 페이스는 스스로도 놀랄 만하다. 롯데 자이언츠에서 삼성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강민호의 후반기 성적은 306경기에서 타율 0.276(955타수 264안타), 42홈런, 164타점이었다. 이 기간 연평균 후반기 홈런이 7개였는데, 올해는 일찌감치 이를 뛰어넘었다. 2016년(0.323) 이후 8년 만에 규정타석 3할 타율 달성도 충분히 가능한 페이스다. 후반기 공격 지표에서 그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다. 그러나 강민호는 그저 “전반기에 잘 안됐던 게 후반기에 나오고 있을 뿐”이라고 겸손해한다.
공격만 잘하는 게 아니다. 포수 본연의 역할도 100% 수행하고 있다. 이상고온 현상으로 체력 부담이 더 큰 상황임에도 어김없이 마스크를 쓰고 팀의 중심을 잡고 있다. 10개 구단 포수 중 5번째로 많은 608이닝을 소화하며 실책은 2개에 불과하다. 포수의 블로킹 능력을 평가하는 Pass/9((폭투+포일)×9÷출전 이닝) 역시 0.385로 70경기 이상을 뛴 포수 중 4번째로 뛰어나다. 투구가 뒤로 빠지지 않도록 쉴 틈 없이 움직이며 불필요한 진루 허용을 막았다는 의미다.
편안하게 투수를 리드하며 기량의 최대치를 끌어내는 가치도 여전하다. 에이스로 꼽혔지만, 초반 부진으로 의기소침했던 외국인투수 코너 시볼드(등록명 코너)의 반전에 큰 힘이 됐다. 4월까지 2승2패, 평균자책점(ERA) 5.35로 고전했던 코너의 ERA는 현재 3.75(9승5패)로 몰라보게 향상됐고, 10승도 눈앞에 두고 있다. 에이스 원태인 역시 강민호의 사인을 전적으로 믿고 따른다. 격의 없이 대화하며 의견을 공유하다 보니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사이가 됐다. 개막 이전 전문가들의 평가를 뒤집고 상위권을 질주 중인 삼성으로선 강민호의 존재가 여러모로 소중하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