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은 “싸울 의도는 없다”고 했지만…배드민턴협회와 진짜 대립이 시작됐다

입력 2024-08-07 18:2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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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배드민턴협회와 대립각을 세운 2024파리올림픽 여자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이 7일 인천국제공항 통해 귀국한 뒤 인터뷰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대한배드민턴협회와 대립각을 세운 2024파리올림픽 여자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이 7일 인천국제공항 통해 귀국한 뒤 인터뷰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싸울 의도는 없다. 그저 운동에만 전념하고 싶을 뿐….”

씁쓸한 미소와 함께 ‘셔틀콕 퀸’ 안세영(22·삼성생명·세계랭킹 1위)이 입을 열었다.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생각을) 정리하지 못했다. (대한배드민턴)협회와도 얘기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자세한 것은 추후 상의하고 말하겠다.” 몹시 원론적 코멘트였다.

‘안세영 작심 발언 파문’은 2024파리올림픽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 블랙홀이 만들어진 시점은 귀국 이틀 전이다. 안세영은 5일(한국시간) 포르트드라샤펠아레나에서 열린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 결승에서 허빙자오(중국·9위)를 게임스코어 2-0으로 꺾고 포디움 꼭대기에 섰다. 2008베이징올림픽 혼합복식 이용대-이효정 이후 16년 만에 찾아온 한국배드민턴 최고의 경사였다.

격정적 우승 세리머니를 펼친 안세영이지만, 기쁨의 소감은 없었다. 공식 기자회견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와 대표팀의 부실한 선수 관리에 대해 폭탄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심각한 부상을 안일하게 여긴 대표팀에 많이 실망했다. 앞으로 대표팀과 계속 동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협회는 모든 걸 막으면서 (관리가 필요할 땐) 방임한다”고 직격했다.

안세영은 대한체육회가 주관하는 6일 메달리스트 인터뷰에 불참했다. 당시 체육회는 ‘본인 의사’를 이유로 댔으나, 정작 그는 7일 파리 샤를드골공항 출국장에서 “제게 기다리라고만 하고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하는데 저도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의가 아니라는 의미가 분명했다.

배드민턴대표팀이 귀국한 7일 오후 4시경 인천국제공항은 취재진으로 가득했다. ‘회견 불참’ 지시의 주체, 예정을 앞당겨 이날 오전 먼저 귀국한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의 “(선수와) 갈등은 전혀 없었다”는 발언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으나, 안세영은 “논란이 있는데 말을 좀 자제하겠다”며 예민한 상황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깊은 갈등은 당분간 진정될 것 같지 않다. 부상 관리와 훈련 시스템에 불만이 많은 안세영은 전담 트레이너와 개인 자격을 통한 올림픽 출전 등 독자적 행보를 원하는 눈치다. 지난해 2022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무릎 인대를 다친 그는 재검진 과정을 거쳤고, 올림픽 직전에도 발목 부상을 당했으나 빠른 조치를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김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스포츠동아와 전화통화에서 “대회 출전과 결장 모두 선수 뜻대로 들어줬다. 진단서를 끊고 불참한 적도 있다. 선수가 원할 땐 소속팀에서 치료한 적도 있다. 2월부터는 전담 트레이너가 있었다”며 “(훈련체계 불만은) 코치는 원하는 대로 붙여줬다. 내 임기 중 전담 코치만 4명이 있었다. 교체는 모두 안세영의 의지였다”고 반박했다.

대회 직전 치료가 늦은 배경에도 “부상을 숨기려 한 것이 아니라, 조용한 치료를 권한 것이다. 현지 정형외과를 물색하려다 선수가 귀국해 자신이 다니던 한의원에서 치료받고 싶다고 해서 협회 비용을 들여 해당 한의사를 현지로 데려와 결승 전날까지 치료를 맡겼다”고 설명했다.

독자행보에 대해선 ‘형평성’과 ‘질서’를 강조했다. 협회 규정에 따르면 ▲국가대표 5년 이상 활동 ▲남자 만 28세, 여자 만 27세 이상만 개인 자격 부여가 가능하다. 김 회장은 “규정이 있어야 대표팀이 유지된다. 대표팀은 후원사가 있고, (안)세영이는 나이도 되지 않았다. 개인 스폰서와 전담팀을 꾸려 대표팀을 나간다고 하면 다들 떠나려 할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협회도 안세영의 귀국 직후 같은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고 “국가대표선수들과 면담하고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다. 한 치 양보 없는 대립 속에 진실 공방이 불가피해졌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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