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얀니크 신네르가 9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빌리 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2024US오픈 남자단식 결승전 후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출처|US오픈 웹사이트
세계랭킹 1위 얀니크 신네르(23·이탈리아)가 올해 메이저대회 2관왕에 등극했다.
신네르는 9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빌리 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2024US오픈(총상금 7500만 달러·약 1005억 원) 남자단식 결승에서 테일러 프리츠(27·미국·12위)를 2시간16분 만에 세트스코어 3-0(6-3 6-4 7-5)으로 완파했다. 1월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호주오픈에 이어 또 한번 정상에 오른 그는 US오픈 남자단식 최초의 이탈리아 국적 우승자가 됐다.
최근 신네르는 ‘도핑 논란’에 휩싸였다. 3월 받은 도핑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을 보이고도 징계를 받지 않은 사실이 8월에야 드러나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약물 복용은) 고의가 아니었다”는 해명으로 별도의 출전정지 징계를 받지 않아 팬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았고, 호주오픈 우승의 의미마저 퇴색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US오픈에서 세계 1위다운 실력으로 논란을 잠재웠다. 신네르는 이번 대회 1회전과 8강전에서만 상대에게 한 세트씩 내줬을 뿐, 나머지 5경기에선 모두 세트스코어 3-0 승리를 거뒀다.
이날 결승에서도 1, 2세트를 손쉽게 따내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신네르는 3세트 게임 스코어 4-5로 뒤진 상황에서 3게임을 연달아 따내며 우승을 차지했다. 마지막 프리츠의 포핸드 샷이 네트에 걸리자, 눈을 감고 두 손을 번쩍 든 채 승리를 만끽했다.
신네르는 결승전 후 “최근 내 커리어에는 쉽지 않은 일들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테니스를 사랑하고, 역경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했다.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대회에 집중하려고 했다”며 “그런 고난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우승은 내게 큰 의미가 있다. 정말 행복하다”고 밝혔다.
이로써 올해 메이저대회 남자단식 우승은 호주오픈과 US오픈을 석권한 신네르, 프랑스오픈과 윔블던을 제패한 카를로스 알카라스(21·스페인·3위)가 양분했다. 남자 테니스계의 ‘빅4’로 불린 로저 페더러(스위스), 라파엘 나달(스페인),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앤디 머리(영국) 중 한 명도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것은 2002년 이후 처음이다. 신네르는 알카라스와 함께 남자 테니스의 세대교체를 이끌 주역으로 우뚝 섰다.
한편 신네르의 벽을 넘지 못한 프리츠는 2009년 윔블던에서 준우승한 앤디 로딕 이후 처음 메이저대회 남자단식 결승에 오른 미국 선수가 됐다. 미국 선수의 최근 메이저대회 남자단식 우승도 2003년 US오픈의 로딕이다.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