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재(오른쪽)가 5일(한국시간) 스타드 드 프랭스에서 열린 2024파리패럴림픽 육상 여자 100m T36 결선을 7위로 마친 뒤 금메달을 딴 중국의 스이팅과 포옹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장애인 육상의 전설 전민재(47·전북장애인육상연맹)가 경기 후 이례적 소감을 남겼다.
전민재는 5일(한국시간) 스타드 드 프랭스에서 열린 2024파리패럴림픽 육상 여자 100m T36 결선을 마치고 취재진에게 소감문을 보여줬다. 뇌병변 장애가 있는 그는 2012년 런던대회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대회에서 발가락으로 펜을 집어서 편지를 썼고, 2022항저우아시안패러게임에 이어 이번 대회에선 스마트폰 버튼을 꾹꾹 눌러쓴 편지를 음성으로 변환해 들려줬다.
전민재는 경기 소감과 2026나고야·아이치아시안패러게임까지 노려보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나서 한 가지 내용을 덧붙였다. 그는 “올해는 생활보조가 들어올 수 없어서 훈련하는 데 불편함이 많다”며 “몇 년 동안 엄마가 생활보조로 내 옆에서 손발이 돼 챙겨주셔서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었는데, 엄마가 없으니 여러모로 불편한 게 많아 운동하는 데 애로사항이 많았다”고 밝혔다.
전민재는 또 “운동선수는 식단이 제일 중요한데 트레이너가 잘 챙겨주기는 했지만, 식사 시간이 제일 불편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나는 손이 불편하고 말을 못해 생활보조가 누구보다 필요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육상연맹 임원 한 분이 강력하게 반대해 올해 생활보조가 함께할 수 없었는데, 내 입장에선 너무 억울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전민재가 5일(한국시간) 스타드 드 프랭스에서 열린 2024파리패럴림픽 육상 여자 100m T36 결선이 끝나고 취재진에게 직접 쓴 음성 편지를 보여주고 있다. 파리|공동취재단
전민재는 “연맹 측에서 이렇게 사적으로 권력 남용을 해도 되는지 의문스럽다”며 “4월에 있었던 익산선수권대회도 생활보조가 없어서 불참했다. 여러 악조건에도 나는 파리패럴림픽을 위해서 연습의 연습을 거듭하며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 훈련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장성준 대표팀 감독은 “국가대표 선수가 많다 보니 예산적 부분이 있었다”며 “우리 지도자들이 최선을 다해 선수에게 필요한 부분을 케어했지만, 어떤 도움도 가족만큼 편할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파리|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