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은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다. 최근 축구계에선 어느 때보다 많은 대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선수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스포츠동아DB
현시점 유럽 최고 미드필더로 평가받는 로드리(28·맨체스터시티)는 9월 23일(한국시간) 아스널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5라운드 홈경기 도중 오른쪽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돼 잔여 시즌을 치를 수 없게 됐다. 또 다른 스페인국가대표 다니 카르바할(32·레알 마드리드)도 이달 6일 같은 부상을 입었다.
급격하게 늘어난 경기수에 선수들에게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 UEFA는 2018년 유럽국가대항전인 네이션스리그를 신설했고, 2021년에는 중상위권 클럽이 참가하는 유로파콘퍼런스리그까지 새로 만들었다.
선수들은 빡빡한 일정이 부담스럽다. 로드리는 9월 초 “요즘 선수들은 한 시즌에 60~70경기를 뛰고 있다. 경기수가 너무 많다”며 “이대로 가면 선수들이 파업할 가능성도 있다”고 소신 발언을 했다. 손흥민도 “선수들은 로봇이 아니다. 경기수를 줄여야 좋은 경기력을 펼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는 “선수들이 경기 후 정상 체력을 회복하려면 최소 5일의 휴식일이 주어져야 한다”고 권고하지만, 지켜지지 않는다. 로드리는 지난 시즌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343일 동안 무려 63경기를 뛰었다. 손흥민은 아시아에서 펼쳐지는 대표팀 일정을 병행하기에 왕복 30시간에 가까운 비행시간도 감내해야 한다.
최근 FIFPro는 어느 때보다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7월 성명을 통해 “지난 몇 년 동안 국제축구연맹(FIFA)은 상업적 이익을 우선해 선수들을 관리하는 데 소홀했다”며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FIFA에 법적 조치를 취할 뜻임을 내비쳤다.
경기수가 늘어난다면 입장 수익 증대와 후원사 유치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선수 보호는 가장 먼저 고려돼야 할 사안이다. FIFPro는 “선수는 스스로 자신의 건강과 경력의 의사 결정자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선수가 없으면 비즈니스도 없다.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