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배구 코트를 떠나 지도자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여오현 IBK기업은행 코치(가운데)가 27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대한항공의 V리그 홈경기에 앞서 은퇴식을 마친 뒤 친정팀 후배들과 장난을 치며 활짝 웃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한 시대를 풍미한 한국배구의 ‘영원한 리베로’ 여오현(46·IBK기업은행 코치)이 찬란했던 현역 생활에 진짜 마침표를 찍었다. 그의 전 소속팀 현대캐피탈이 27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1라운드 홈 개막전에서 위대한 레전드를 위한 은퇴식을 거행했다.
여오현은 이미 2023~2024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면서 여자부 IBK기업은행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으나, 은퇴식은 이날 이뤄졌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 성적 부진과 코칭스태프 개편 등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했던 까닭에 2013년 5월부터 선수, 2015년부터 플레잉코치로 헌신한 ‘언성 히어로’에게 명확한 역할을 부여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은사 김호철 감독의 부름을 받아 팀을 떠났다.
정상적인 절차와 거리가 멀었던 이별의 여파로 배구팬들의 아쉬움이 컸다. 이에 현대캐피탈도 새 시즌이 시작됐지만 레전드를 잊지 않고 세리머니를 마련했다. 여오현은 흔쾌히 2번째 친정팀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대전중앙고~홍익대를 나온 여오현은 V리그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 리베로다. 2000년 실업배구 시절 삼성화재에 입단해 2005년 프로배구 출범 후에도 팀에 남아 7차례 정상 등극에 일조했다. 2013년 삼성화재의 ‘영원한 맞수’ 현대캐피탈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주전 리베로로 활약하면서 2개의 챔피언 반지를 끼었다.
넓은 수비 범위와 활발한 움직임을 바탕으로 한 안정적 리시브가 강점인 여오현의 족적은 대단했다. 2005, 2005~2006, 2006~2007시즌 리베로상을 받았고, 2014~2015, 2015~2016시즌 V리그 베스트7(리베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V리그 남자부 통산 수비 5000개, 1만 개를 넘긴 것도 그가 최초다. 625경기 출전 역시 당분간 깨지기 어려운 대기록이다.
자신의 은퇴식을 기념해 1500명의 팬들에 커피를 선물한 그는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서 “IBK기업은행에서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으나, 코트 밖에 서 있다는 것이 여전히 실감 나지 않는다. 좋은 일도, 슬픈 순간도 많았지만 돌이켜보면 행복한 추억”이라며 “명문구단에서 멋진 동료들과 땀 흘린 값진 시간들, 훌륭한 지도자들과 우승했던 순간들을 가슴속에 간직하고 떠난다. 난 운이 좋고 행복한 선수였다”고 밝혔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