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선수들이 10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대전하나와 ‘하나은행 K리그1 2024’ 37라운드 홈경기에서 1-2로 패한 뒤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이날 패배로 인천은 2003년 창단 후 처음으로 K리그2로 강등됐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인천 유나이티드의 ‘잔류왕’ 신화는 ‘하나은행 K리그1 2024’에서 무너졌다. 잔여 1경기를 남겨두고 최하위(12위)가 확정돼 2003년 창단 후 처음으로 K리그2(2부)로 강등됐다. 시즌이 개막하기 전까지 인천이 강등될 거라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았다. 2022시즌 4위, 2023시즌 5위를 차지해 올 시즌은 보다 안정적인 레이스를 하리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2024~2025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을 획득하지 못하자 예산이 동결됐다. 재정상의 이유로 에르난데스(전북 현대)와 이준석(수원FC) 등을 떠나보냈지만 전력보강은 골키퍼 이범수와 수비수 요니치(크로아티아)영입에 그쳤다.
여름이적시장에서도 실책이 반복됐다. 잔류경쟁을 하던 대전하나시티즌, 대구FC, 전북 등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반면 인천은 별다른 영입 없이 후반기를 맞았다. 여기에 8월 부임한 초보 사령탑 최영근 감독의 경험부족까지 맞물려 결국 강등을 피할 수 없었다.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하다. 10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대전하나와 K리그1 37라운드 홈경기에서 1-2로 패해 강등이 확정되자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눈시울을 붉힌 전달수 대표이사는 “잔류를 선물해드리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고, ‘원클럽맨’ 김도혁 역시 통곡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앞날도 불투명하다. 시간이 갈 수록 상황이 나빠질 공산이 크다. 강등 이후 예산 삭감의 칼바람을 맞았던 대다수 시·도민구단들처럼 인천 역시 벌써부터 관련 이야기가 흘러 나온다.인천의 올 시즌 예산은 약 160억 원대로 알려졌으나 내년 예산은 K리그2 강등으로 삭감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예산 삭감은 대대적인 선수단 엑소더스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계약기간이 남은 무고사(몬테네그로)와 제르소(기니비사우) 등 주축 선수들은 물론 연말 계약이 끝날 델브리지(호주) 등의 잔류가 불투명하다. 최악의 경우엔 다음 시즌 완전히 새 판을 짜야한다.
그럼에도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없다. 전 대표이사가 강등 확정 후 유정복 인천시장과 거취를 놓고 면담을 가지며 대대적 변화를 시사했다. 지금은 슬픔의 눈물만 흘릴 때가 아니라 다음 시즌 K리그1 승격 전략을 수립해야 할 시기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