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해보험 세터 황택의가 9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과 V리그 남자부 1라운드 최종전에서 동료에게 정확한 볼을 띄워주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컴퓨터 세터’ 황택의(28)가 컴백하자 KB손해보험도 힘차게 날아올랐다.
KB손해보험은 ‘도드람 2024~2025 V리그’ 개막 5연패의 늪에 빠져있었지만, 9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과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으로 감격의 시즌 첫 승에 성공했다.
상황은 심각했다. 초반 4경기에서 KB손해보험은 승점을 전혀 챙기지 못했다. 5일 대한항공전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패해 얻은 1점이 유일한 승점이었다.
난세의 영웅이 등장했다. 7일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전역한 황택의였다. 팀에 합류한 지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으나, KB손해보험은 그를 아껴둘 여력이 없었다. 마틴 블랑코 감독대행은 곧바로 실전에 내세웠다. 그 결정이 주효했다. ‘배구는 세터 놀음’이라는 표현처럼 황택의가 완벽한 볼 배급으로 동료들을 지원하자, 화력이 불을 뿜었다.
나경복(아웃사이드 히터)과 비예나(아포짓 스파이커)는 각각 19점과 18점을 뽑으며 빠르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1세트부터 3세트까지 걸린 시간이 1시간37분에 불과할 정도로 압도적이고 일방적이었다. 한국전력 외국인 주포 엘리안의 부상 이탈 영향도 분명히 있었으나, 황택의가 이끄는 KB손해보험은 충분히 이길 만했다.
황택의의 공격 가담 또한 눈부셨다. 1세트 블로킹 득점에 이어 날카로운 스파이크 서브를 터트리는 등 3점을 올리며 한국전력의 혼을 빼놓았다. 특히 이날 그의 유효 블로킹은 3회로 나경복과 팀 내 최다였다.
황택의는 V리그 최고의 세터로 통한다. 2016~2017시즌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KB손해보험에 지명된 그는 첫 시즌부터 주전을 꿰찼고, 신인상까지 받았다. 2020~2021시즌부터는 3시즌 연속 세터상을 수상했고, 케이타와 호흡한 2021~2022시즌에는 챔피언 결정전 무대를 밟기도 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지는 건 정말 싫다. 그동안 우리가 잃어버린 승점이 많았으니, 앞으로 더 많이 이기겠다”고 선언한 황택의의 복귀 2번째 경기는 13일 안방에서 펼쳐질 대한항공과 2라운드 첫 경기다. 공교롭게도 대한항공은 ‘세터 군단’이다. 베테랑 콤비 한선수-유광우에 최근 신인드래프트에서 영입한 ‘고졸 최대어’ 김관우까지 보유하고 있다. 황택의로선 그 이상의 동기부여는 없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