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완델손은 팀의 51년 역사상 첫 외국인 주장이다. 올해 팀의 코리아컵 우승에 앞장서며 훌륭하게 임무를 완수한 그는 “내가 사랑하는 이 도시에서 주장으로 활약한다는 것은 소중한 경험”이라고 밝혔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포항 스틸러스는 창단 51주년인 올해 코리아컵(옛 FA컵) 우승을 차지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김기동 감독(현 FC서울 감독)과 주축 선수들이 대거 이적해 판을 새로 짜야 했지만, 명가의 저력을 발휘하며 기분 좋게 시즌을 마쳤다.
변화의 바람에도 뿌리 깊은 나무는 흔들리지 않았다. 특히 ‘원클럽맨’ 박태하 감독이 내린 결정이 결실을 봤다. 대표적 사례는 부임과 동시에 ‘장수 외인’ 완델손(35·브라질)에게 주장 완장을 채운 것이다. 구단 사상 첫 외국인 주장의 탄생이었다.
포항의 주장 완장은 과거 박 감독을 비롯해 최순호(수원FC 단장), 박경훈(수원 삼성 단장), 홍명보(축구국가대표팀 감독) 등 리더십과 기량을 겸비한 스타에게만 허락됐다. 이 계보를 이은 완델손은 올해 팀의 코리아컵 우승에 앞장서며 자신 역시 리더십과 기량을 겸비했음을 입증했다. 완델손은 “주장 자리는 주변의 조력이 뒷받침돼야 빛을 볼 수 있다. 한 시즌 동안 나를 도와준 모든 이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주장으로서 코리아컵 우승을 차지했으니 충분히 성공한 시즌이다. 완델손은 왼쪽 윙백, 오른쪽 윙포워드,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까지 소화하며 팀에 헌신했다. 박 감독은 “상대가 어떤 전술 변화를 시도하든 우리는 완델손을 그에 맞춰 다른 위치에 포진시키면 된다”고 말할 정도로 큰 신뢰를 보냈다.
그러나 완델손은 ‘하나은행 K리그1 2024’에서 6위에 그친 사실을 몹시 아쉬워했다. 그는 “시즌 초반 페이스를 이어갔으면 11시즌 만의 우승에 도전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K리그에서 쉬운 시즌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다음 시즌을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장수 외인’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비법도 털어놓았다. 8시즌 동안 K리그 무대를 누비며 222경기에서 43골·30어시스트를 올린 그는 “해외리그에선 주변의 도움과 본인의 적응하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포항은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팀이니 적응하려는 마음가짐만 갖추면 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완델손은 “최근 팀과 재계약했다. 내가 사랑하는 이 도시에서 주장으로 활약한다는 것은 소중한 경험”이라며 “내년에도 올해 못지않은 활약을 보여주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