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나예 라미레스 남자배구국가대표팀 감독의 KB손해보험 사령탑 내정을 놓고 배구계가 시끄럽다. 대표팀-KB손해보험 감독 겸업을 놓고 ‘전임제 감독’의 취지가 훼손될 수 있어서다. 사진제공|AVC
이사나예 라미레스 남자배구국가대표팀 감독(40·브라질)의 V리그 남자부 KB손해보험 사령탑 내정을 놓고 배구계가 시끄럽다. 라미레스 감독의 대표팀-KB손해보험 사령탑 겸업에 대해 ‘전임제 감독’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배구계 복수의 소식통은 17일 “라미레스 감독이 KB손해보험 사령탑으로 내정된 것으로 안다. 대한배구협회도 겸직을 허용했다”고 밝혔다.
라미레스 감독은 지난해 가을 개최된 2022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파키스탄남자대표팀을 5위로 이끌었다. 당시 한국은 12강전에서 파키스탄에 0-3으로 져 61년 만에 아시안게임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세대교체와 국제경쟁력 강화 필요성을 절감한 협회는 올해 3월 라미레스 감독에게 남자대표팀 지휘봉을 맡겼다.
출발이 좋았다. 6월 바레인에서 열린 2024 아시아배구연맹(AVC) 챌린지컵에서 3위를 차지했다. 인하대 미들블로커(센터) 최준혁(20·현 대한항공), 베로 발리 몬차(이탈리아)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이우진(19)을 발탁해 미래에도 대비했다.
배구계에선 KB손해보험이 이 같은 결정을 한 배경으로 라미레스 감독이 ‘지한파’인 점에 주목한다. 한 구단 사무국장은 “일부 구단에선 에이전트만 믿고 외국인 감독을 선임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그에 비하면 V리그 사정에 밝은 라미레스 감독은 매력적”이라고 귀띔했다.
다만 한국배구연맹(KOVO)은 물론 여러 구단의 반발이 예상된다. KOVO가 협회에 지원하는 연간 5억 원의 국가대표 지원금에는 대표팀 감독 전임제 비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KOVO는 현재 각 구단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한 구단 단장은 “과거 일부 대표팀 감독이 V리그 감독 겸임을 시도한 게 문제가 됐다. 공정하게 전체 선수를 평가할 수 있는 전임제 감독의 취지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는 게 이유였는데, 외국인 감독에게 예외를 둘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협회는 “라미레스 감독이 KB손해보험 지휘봉을 잡으면 국내에 계속 상주해서 한국배구를 공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독일)처럼 체류 논란이 불거지지 않을 수 있다”며 “해외 감독들도 겸직 사례가 많다”고 해명했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