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김성민. 스포츠동아 DB
키움 히어로즈는 지난해 12월 19일 팀의 핵심 불펜투수 조상우(31)를 KIA 타이거즈로 보냈다. 현금 10억 원과 2026년 신인드래프트 1, 4라운드 지명권을 받는 조건이었다.
조상우는 키움에 없어선 안 될 존재였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통산 343경기에 등판해 33승25패88세이브54홀드, 평균자책점(ERA) 3.11의 성적을 거뒀다. 군 복무(사회복무요원)를 마치고 복귀한 지난해에도 44경기에서 승리 없이 1패6세이브9홀드, ERA 3.18로 팀의 허리를 든든하게 지켰다. 수년간 실적을 남긴 확실한 불펜투수라 치명적인 이탈이다.
그러나 희망 요소도 있다. 키움은 지난해 이미 조상우가 없는 상황에서 버티는 방법을 터득했다. 그가 부상 여파로 총 71일(부상자명단 30일 포함) 동안 자리를 비웠을 때 마무리투수 주승우와 좌완 김성민(31)을 앞세워 필승계투조를 구성했다.
주승우(55경기)와 김성민(46경기)은 지난해 팀 내 최다등판 1, 2위였다. 현시점에선 상수보다 변수가 많은 까닭에 지난해 성적이 올해 불펜 구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14세이브를 챙긴 주승우는 올해 마무리투수를 맡을 것이 유력하다. 김성민은 그 앞에서 가교 역할을 해줘야 한다.
실적은 충분하다. 김성민은 군 복무 직전 시즌인 2021시즌 47경기에서 2승3패1세이브11홀드, ERA 3.28을 기록했다. 지난해 46경기에서도 3승4패14홀드, ERA 4.34의 성적을 냈다. 5월까지 19경기에선 ERA가 0.46에 불과했을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6월 이후 급격한 체력 저하로 고전했지만, 이에 따라 보완해야 할 점도 확실히 깨달았다. 올해는 비시즌부터 개인훈련에 열중하며 오래 버틸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있다. 긴 시즌을 버텨낼 수 있다면, 키움의 불펜 고민도 크게 줄어든다.
김성민은 좌완 스리쿼터 유형에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모두 구사한다. 구종의 완성도가 높고, 구사 비율도 슬라이더 14%와 체인지업 13.6%로 비슷하다. 상대 타자의 유형을 가리지 않고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그가 중심을 잡아주면 젊은 투수들이 조금만 힘을 보태도 키움의 전력 구성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김성민 본인에게도 한 단계 더 올라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