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왼쪽)과 김혜성. 스포츠동아DB
그동안 메이저리그(MLB)에 몸담았던 아시아 내야수들에 대한 인식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정확한 타격과 수비, 주루 능력을 눈여겨보고 과감하게 베팅했던 일본프로야구(NPB) 정상급 선수들이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탓이 컸다.
MLB 무대를 밟았던 일본인 내야수 중 가장 주목 받았던 이는 마쓰이 가즈오와 니시오카 쓰요시였다. 이들은 NPB 시절 공·수·주 모두 출중한 최정상급 내야수였다. 가와사키 무네노리 역시 이들과 비슷한 유형이었고, 이구치 다다히토와 나카무라 노리히로, 이와무라 아키노리, 쓰쓰고 요시토모(현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는 공격력을 인정받아 빅리그에 입성했다.
마쓰이는 7시즌(2004~2010년) 동안 뉴욕 메츠, 콜로라도 로키스,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거쳤다. 메츠는 데뷔 첫해 그를 주전 유격수로 기용했으나, 941.2이닝 동안 실책이 23개에 달했다(수비율 0.956). 빠른 타구에 대응하지 못했다. 2루로 자리를 옮기고 NPB 시절의 좋았던 수비력을 회복했지만, 애초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
마쓰이는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니시오카는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2시즌(2011~2012년)을 뛰며 71경기에서 홈런 없이 타율 0.215, 20타점에 그쳤다. 유격수로 508.1이닝 동안 10실책(수비율 0.964)을 범했고, 2루수로도 75.2이닝 동안 수비율이 0.911(4실책)에 불과했다. 가와사키는 5시즌(2012~2016년) 동안 276경기에서 2루수로 738.1이닝(수비율 0.981), 유격수로 731.2이닝(5실책·수비율 0.985)을 뛰었지만, 타격(타율 0.237·1홈런·51타점)이 아쉬웠다. 이들 모두 NPB로 유턴해 말년을 보냈다.
수비와 주루 능력이 뛰어난 NPB 내야수들의 부진은 MLB 구단들이 아시아 선수를 스카우트하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 2018시즌 NPB 최고 2루수로 꼽혔던 기쿠치 료스케(히로시마 도요 카프)가 MLB 진출을 선언했다가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일본에 잔류한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그 벽을 깨트린 이가 김하성(30)이다. 김하성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4시즌(2021~2024년) 통산 타율 0.242, 47홈런, 200타점, 78도루를 올렸고, 2023년에는 아시아 선수 최초로 골드글러브(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까지 수상했다. 마쓰이와 니시오카가 어려움을 겪었던 유격수 자리에서 2552이닝 동안 수비율 0.977(25실책)을 기록했고, 2루수(1004.2이닝·수비율 0.992)와 3루수(590.1이닝·0.989)로도 안정감을 보였다. 2024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그가 여러 구단의 관심을 받는 이유다.
김하성의 활약은 김혜성(26·LA 다저스)의 MLB 진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김혜성은 마쓰이, 니시오카, 가와사키의 MLB 진출 당시와 마찬가지로 정확한 타격, 수비, 주루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가 성공적으로 빅리그 무대에 안착하면, 앞으로 아시아 내야수에게 더 많은 기회가 열릴 수도 있다. 아시아 내야수들에 대한 인식을 바꾼 김하성의 배턴을 이어야 할 이유가 확실해졌다. 그만큼 김혜성의 어깨가 무겁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