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구단만큼 재정 상황이 여유롭지 않은 시·도민구단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대형 영입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다른 전략을 짜야 한다. 강원 정경호 감독과 대전하나 김은중 감독.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1 기업구단들의 ‘광폭 영입’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시즌 K리그1 3연패를 달성한 울산 HD가 가장 적극적이다. 윤종규와 강상우를 데려와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측면 수비수를 보강했고, 광주FC 돌풍의 주역 허율과 이희균을 영입해 공격진까지 강화했다. 폴란드 무대를 경험한 미드필더 이진현까지 품으며 전 포지션에 걸친 팀 업그레이드에 한창이다.
‘명가 재건’을 외치는 전북 현대도 지갑을 열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선덜랜드와 그리스대표팀 등을 이끈 거스 포옛 감독(우루과이)을 사령탑으로 선임한 것이 시작이었다. 골키퍼 송범근, 센터백 김영빈 등을 영입해 뒷문을 단단히 했다. FC서울도 김진수, 문선민, 정승원 등 리그 최고 수준의 선수들을 끌어모았다.
든든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하는 기업구단에 비해 시·도민구단의 움직임은 아직 미미하다. 강원FC, 수원FC, 대구FC, 광주FC와 함께 새 시즌 1부에서 경쟁할 FC안양 등 시·도민구단들은 넉넉하지 않은 재정으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기에 이른바 ‘빅네임’ 영입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시·도민구단으로서 저력을 뽐낸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 시즌 K리그1 준우승을 차지한 강원이 대표적이다. 구단의 적극적 지원 아래 양민혁(19·토트넘)으로 대표되는 유망주들을 발굴했고, 1군으로 콜업해 전력을 키웠다. 크게 주목받진 못했지만, 연령별 대표팀에서 주축으로 자리 잡은 센터백 신민하(20)도 지난해 20경기를 소화하며 팀의 최고 성적에 일조했다.
K리그1 한 구단 관계자는 “예산이 여유롭지 않은 시·도민구단들은 선수단 구성의 신·구 밸런스가 중요하다. 유스에서 성장한 어린 선수들을 1군에 활용해 기존 주축 선수들과 조화를 이루게 한다면 구단 재정 관리에도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지도자의 뛰어난 역량 또한 두껍지 않은 선수층의 약점을 상쇄하는 요소다. 수원FC는 지난해 처음 지휘봉을 잡은 김은중 감독의 주도로 팀의 최우선 과제인 수비 불안을 개선했다. 여름이적시장 이승우의 전북 이적, 손준호의 계약 해지 등 변수가 있었음에도 김 감독은 적절한 로테이션과 ‘선수비 후역습’ 전술을 통해 기대 이상의 성적인 5위를 이끌었다.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