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김재환. 스포츠동아 DB
두산 베어스는 2024시즌이 끝난 뒤 ‘왕조’ 시절을 이끌었던 유격수 김재호(은퇴)와 3루수 허경민(KT 위즈)을 떠나보냈다. 특히 부동의 주전 3루수였던 허경민은 두 자릿수 홈런을 쳐낼 수 있는 데다, 콘택트 능력까지 뛰어난 타자다. 그렇다 보니 두산의 전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그러나 여전히 두산 타선의 위력은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거포 김재환과 양석환을 비롯해 양의지, 강승호 모두 20홈런 이상을 쳐낼 수 있고, 리드오프로 나설 것이 유력한 중견수 정수빈과 새 외국인타자 제이크 케이브 역시 타선에 힘을 보탤 수 있다. 새로 호흡을 맞출 키스톤 콤비(2루수~유격수)가 어느 정도만 안정돼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타선을 구축할 수 있다.
전제조건은 분명하다. 김재환(37)이 확실하게 중심을 잡아주는 것이다. 김재환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홈런타자 중 한 명이다. 데뷔 첫 풀타임을 소화했던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쳐낸 홈런만 250개(연평균 27.8개)에 달한다. 2018년 홈런왕(44개)을 차지하는 등 4차례나 시즌 30홈런을 기록했다.
주목할 부분은 2024시즌 성적이다. 2020부터 2022년까지 3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친 김재환은 2023시즌 132경기에 출전하고도 타율 0.220(405타수 89안타), 10홈런, 46타점으로 부진했다. ‘에이징 커브’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2024시즌 136경기에선 타율 0.283(474타수 134안타), 29홈런, 92타점으로 반등했다. 무엇보다 가장 익숙한 자리인 4번 타순에서 팀 내 최다인 321타석을 소화하며 자존심을 회복한 게 의미가 컸다.
엄청난 노력의 결과다. 김재환은 2023시즌 후 마무리캠프에 참가해 구슬땀을 흘렸다. 몸무게도 크게 줄였다. 비활동기간에는 전 메이저리거 강정호가 운영하는 야구 아카데미(미국 LA)까지 날아가 타격폼 교정에 힘썼다. 한창때의 폼을 되찾기 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했다. 스윙은 한결 부드러워졌고, 특유의 폴로스루도 되찾았다. 지난 시즌 도중 오르내림도 있었지만, 그 폭을 최소화했다.
더 좋은 성적이 나온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현상 유지’만으로도 충분하다. 김재환의 타격감이 좋을 때는 상대 배터리가 정면승부를 펼치기 어려웠다. 그 덕분에 장타력을 지닌 다른 타자들의 타점 기회가 늘었다. 지난해 팀 내 홈런 1위 양석환(34개)과 강승호(18개), 양의지(17개)가 김재환과 함께 중심타선에 배치될 것이 유력한데, 김재환이 지난해와 같은 장타력만 보여줘도 충분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반등에 성공한 김재환의 현상 유지가 그만큼 중요하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