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드비그 오베리가 16일(현지 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토리 파인스 남코스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최종 라운드 18번 홀에서 버디 퍼트에 성공한 후 우승에 환호하고 있다. 오베리는 최종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우승하며 PGA 통산 2번째 정상에 올랐다. 샌디에이고(미국) ㅣAP 뉴시스
올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대회가 개최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토리 파인스 남코스는 어렵기로 유명한 코스다.
첫째, 전장이 7765야드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가 개최되는 곳 중에 가장 길다.
둘째, 페어웨이 평균 폭이 26야드(약 23.8m)로 좁아서 공중에서 보면 대형 행사에 놓인 레드 카펫 같은 느낌을 준다. 대회 기간 스코티 셰플러(미국)의 페어웨이 안착률은 53%밖에 되지 않았고,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의 확률은 그보다 낮은 44%밖에 되지 않았다. 페어웨이가 좁은 것도 문제였지만, 그것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바람도 불었고, 골프 코스 한쪽이 와일드 러프 또는 주택가로 조성되어 있어서 선수들이 티샷을 페어웨이 중간보다는 조금 좌측이나 우측을 겨냥해야 했기 때문에 페어웨이 폭은 더욱더 좁게 느껴졌다.
셋째, 러프가 질기고 깊었다. 골프공 대신에 야구공을 가져다 놓아도 떨어진 지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러프에서 춤추는 듯한 스윙을 여러 차례 보여준 스코티 셰플러에게 리포터가 “질기고 깊은 러프에서 탈출하는 비법이 무엇이죠?”라고 묻자, 그는 “그런 게 어딨어요. 그냥 무조건 세게 쳐야죠”라고 답하며 웃기도 했다.
넷째, 포아 애뉴아(Poa Annua : 성장 속도가 일정하지 않아 그린이 울퉁불퉁하다. 주로 미국 서부 골프장에 조성된다.) 잔디로 조성된 퍼팅 그린은 좁고 오후에는 잔디의 균일한 상태가 오전보다 떨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로리 매킬로이는 마지막 두 번째 조에서 플레이한 3라운드에서 특히 퍼팅으로 고생했다. 3라운드 출전 선수 54명 중에 가장 많은 퍼팅 횟수를 기록했다. PGA 시그니처 대회의 그린 난이도를 알 길 없고, 포아 애뉴아 잔디의 상태 변화를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한 시청자는 매킬로이 퍼팅을 보면서, ‘저 선수는 퍼팅은 전혀 연습하지 않는가 보군!’이라고 생각했을 법했다.
파머스 인슈어런스 대회는 매년 토리 파인스 북코스에서 한 번의 라운드와 남코스에서 세 번의 라운드로 구성된다. 지난 1월에 있었던 대회에서 루드비그 오베리(스웨덴)는 북코스에서 벌어진 1라운드에서 9언더파를 쳤으나 남코스에서 벌어진 나머지 라운드에서 각각 3, 2, 7 오버파를 쳤다. 남코스에서의 부진은 그에게 정신적 충격을 주었고, 정신적 충격은 알 수 없는 육체적 증상으로 이어져 그는 5kg이나 체중이 줄어드는 일이 발생했다. 그는 다음 대회인 AT&T 페블비치 프로암 대회에서는 경기 도중에 기권하기도 했다.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은 타이거 우즈가 주최하는 대회로 리비에라 컨트리클럽에서 매년 개최되지만, 올해는 LA 산불로 파머스 인슈어런스 대회를 치르기 위해 시설을 준비해 놓은 토리 파인스로 옮겨 진행됐다. 갑작스러운 개최지 변경으로 파머스 인슈어런스 대회에서 우승한 해리스 잉글리시(미국)와 끝까지 우승 경쟁을 한 임성재(대한민국) 선수의 우승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기도 했다.
대회 첫날 거의 모든 선수가 난코스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평균 타수가 74.27로 매우 저조했다. 대부분의 선수가 페어웨이보다는 러프에서 세컨 샷을 쳤고, 세컨 샷에서도 골프공은 이상하리만치 그린으로 날아가지 못하고 그린 좌우로 벗어났다. TV 진행자가 “이곳에서 핸디캡 12인 골퍼가 골프를 친다면 몇 타 정도 칠 것 같은가?”라고 질문하자, 해설자는 “운이 좋다면 98파를 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답하기도 했다.

매버릭 맥닐리가 2025년 2월 16일 일요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골프 토너먼트 마지막 라운드 동안 토리 파인스 남 코스 14번 홀의 벙커에서 공을 치고 있습니다. 샌디에이고(미국) ㅣAP
그러나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방법을 찾는 선수가 있다. 데니 매카시(미국)는 첫날 좋지 않은 날씨 속에서도 4언더파를 쳤고, 데이비스 톰슨(미국)은 둘째 날에 6언더파를 쳤고, 토니 피나우(미국)는 셋째 날에 5언더파를 쳤다. 마지막 날 매버릭 맥닐리(미국)는 13번 홀까지 아홉 개의 버디를 기록하며 9언더파를 치기도 했다.
우승은 파머스 인슈어런스 대회에서 큰 상처를 입은 루드비그 오베리에게 돌아갔는데, 그는 첫날 2오버파를 쳤지만, 셋째 날 3번 홀에서는 홀인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종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우승한 그는 제네시스가 제공하는 우승상금 400만 달러(약 57억7000만원)의 주인공이 되었다.
우리 삶이 살아가기 얼마나 어려운지는 따로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그 와중에 누군가는 묵묵히 전진하며 답을 찾아낸다. 유명하거나 부유하다고 해서 답을 먼저 찾는 것도 아니고, 지난번에 한번 해봤다고 해서 도움을 받는 것도 아니며, 지난번에 가장 먼저 답을 찾은 사람이 다음번에도 가장 먼저 답을 찾는 것도 아니다. 명심해야 할 것은 많은 사람이 어렵다고 불평할 때조차, 누군가는 어떻게든 답을 찾아낸다는 사실이다.
윤영호 골프 칼럼니스트
윤영호 ㅣ 서울대 외교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증권·보험·자산운용사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했다. 2018년부터 런던에 살면서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 ‘옵션투자바이블’ ‘유라시아 골든 허브’ ‘그러니까 영국’ ‘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 등이 있다. 런던골프클럽의 멤버이며, ‘주간조선’ 등에 골프 칼럼을 연재했다. 현재 골프에 관한 책을 집필 중이다.

스코티 셰플러(오른쪽)와 로리 매킬로이가 16일 열린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최종 라운드 중 토리 파인스 남코스 18번 홀을 마친 후 악수를 하고 있다. 샌디에이고(미국) ㅣAP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