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명보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한국-독일 복수국적의 옌스 카스트로프(왼쪽)를 주목하고 있다. 그가 한국대표팀에 합류하려면 신분 문제가 명확히 정리돼야 한다. 사진출처|뉘른베르크 SNS
11회 연속, 통산 12번째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축구국가대표팀을 둘러싼 여러 이슈 중 하나는 복수국적 선수 옌스 카스트로프(22·뉘른베르크)의 합류 여부다. 홍명보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지난달 14일부터 10일까지 유럽 전역으로 흩어져 모든 해외파를 점검했다. 이 과정에서 카스트로프를 체크 리스트에 올린 홍 감독은 독일 현지에 코치를 직접 파견해 상황을 파악했다.
일단 홍 감독은 카스트로프에 대해 만족해했다. “아주 좋은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역할에 충실하고 팀에 헌신하는 굉장히 좋은 모습을 많이 봤다”고 밝혔다. 2025~2026시즌 묀헨글라트바흐 이적을 확정한 그는 수비형 미드필더, 오른쪽 풀백, 윙어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 활용 가치가 높다.
카스트로프가 태극마크를 달기 위한 과정에서 핵심은 ‘신분’ 정리다. 독일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카스트로프는 선천적 복수국적자다. 뉘른베르크 구단은 그를 독일 국적으로 분류했으나, 분데스리가 사무국은 복수국적으로 표기했다. 독일 국적만 보유했다면 특별귀화(체육 분야) 대상인데, 정황상 (한국) 국적 이탈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민감한 요소가 하나 있다. 병역이다. 한국 국적의 모든 남성은 의무 복무 대상자란 점이 카스트로프에게는 현실적 고민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적과 관련해선 또 다른 문제 한 가지도 짚어봐야 한다. 부모 중 한 명이 외국인인 선천적 복수국적자는 1년 중 183일 이상 국내에 체류하지 않거나 영리활동을 위해 국내에 체류하려면 만 37세까지는 국외여행허가서를 받아야만 해외 거주가 가능하다.
대표팀은 소집기간도 길지 않고, 해외 소집도 잦아 카스트로프가 K리그에서 뛰거나 대표팀 발탁 후 상업광고 활동 등을 하지 않으면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월드컵 본선 진출이나 본선 성과에 따른 포상금 분배 등의 문제는 당장의 걸림돌은 아니다.
결국 의지의 문제로 보인다. 홍 감독도 카스트로프를 단순한 ‘점검 대상’ 정도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선수가 태극마크를 원하고 정말 합류가 가능하다면, 직접 점검하고 판단하겠다는 의지다. 당장 3월 소집은 어렵더라도 6월 A매치에 맞춰 호출하려면 대한축구협회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