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정승원이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구와 홈경기 후반 추가시간 짜릿한 동점골을 터트린 뒤 원정팬들을 도발하는 골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이 모습에 흥분한 대구 선수들은 자제력을 잃고 역전골까지 내줬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지고 있는데 질 것 같지 않은 날, FC서울에는 3월 29일이 그런 날이었다. 후반 추가시간에만 2골을 뽑아내며 기적 같은 역전승을 거뒀다.
서울은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6라운드 홈경기에서 대구FC를 3-2로 꺾었다. 후반 44분까지 원정팀이 2-1로 앞섰는데, 10여분의 추가시간이 흐르고 종료 휘슬이 울렸을 때는 홈팀의 환희가 가득했다.
대구 출신 정승원이 1골·1도움으로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2009~2010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시티의 아데바요르가 2-1로 앞선 후반 35분 헤더골을 터트린 뒤 반대편 아스널 원정석으로 달려가 환호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역주행 세리머니’로 K리그에 흥미로운 스토리 하나를 추가했다.
2연승으로 3승2무1패, 승점 11을 만든 서울은 선두권으로 올라선 반면 3연패에 빠진 대구는 승점 7(2승1무3패)에서 또 제자리걸음을 했다. 서울은 대구전 3무2패의 부진에서도 벗어났다.
전반 초반부터 소나기 슛으로 공세의 수위를 높인 서울은 추가시간 린가드의 페널티킥(PK) 선제골로 앞서나갔다. 그러나 대구의 반격은 매서웠다. 후반 들어 전혀 다른 팀이 됐다. 결국 후반 12분 코너킥 상황에서 박진영이 머리로 흘린 볼을 요시노가 밀어 넣었다. 대구는 후반 30분 다시 PK를 내줬지만 이번에는 린가드가 실축했고, 4분 뒤 정치인의 추가골로 역전했다.
그러나 후반 추가시간 ‘서울 드라마’가 방영됐다. 정승원이 주·조연을 도맡았다. 후반 45분 윌리안의 크로스를 절묘한 오른발 발리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든 뒤 후반 48분 침투 패스로 문선민의 결승골까지 도왔다.
이 과정에서 벤치 클리어링도 나왔다. 동점골을 넣은 정승원이 그라운드를 가로질러 대구 팬들을 향해 질주한 뒤 귀에 손을 대는 세리머니를 했다. 2016년 대구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해 수원 삼성~수원FC를 거친 그는 2021년 계약 문제로 연봉조정을 거치는 등 대구와 감정의 골이 깊었다.
이 세리머니에 양 팀 선수들은 뒤엉켜 충돌했고, 어수선한 와중에 대구의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서울은 그 틈을 파고들어 승부를 뒤집었다. 경기 후 정승원은 “나쁜 의도는 없었다. 내가 성장했음을 알리고 싶었다”며 웃었지만, 도발 의도는 분명해 보였다.
당연히 양 팀 벤치의 분위기는 180도 달랐다. 박창현 대구 감독은 “친정팀과 경기에선 세리머니를 자제하는데, (정승원이) 이렇게 할 필요가 있나 싶다. 도의적으로는 옳지 않다”고 씁쓸해했다. 반대로 김기동 서울 감독은 “많은 야유로 감정적으로 어려웠던 것 같다. 나올 만한 장면이었다”며 선수를 감쌌다. 5월 18일 대구아이엠파크에서 열릴 두 팀의 다음 맞대결이 벌써 불타오른다.
상암|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