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최은지(7번)가 3월 31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정관장과 V리그 여자부 챔프 1차전 도중 중요한 서브 에이스를 터트린 뒤 벤치로 달려가 환호하고 있다. 인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흥국생명 최은지(7번)가 3월 31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정관장과 V리그 여자부 챔프 1차전 도중 중요한 서브 에이스를 터트린 뒤 벤치로 달려가 환호하고 있다. 인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대부분의 지표가 비슷했다. 범실도 15회씩으로 같았고, 블로킹은 오히려 정관장이 9개로 흥국생명(8개)보다 많았다. 그런데 결과는 홈팀의 압승이었다. 흥국생명이 V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5전3선승제)을 세트스코어 3-0 승리로 힘차게 열어젖혔다.

흥국생명은 지난달 31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챔프 1차전 홈경기에서 정관장을 완파하고 활짝 웃었다. 결정적 차이가 있었다. 흥국생명은 8차례 서브 에이스로 상대를 무너트렸다. 정관장은 3개에 그쳤다.

특히 놀라운 부분은 특정 선수가 서브 포인트를 독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배구여제’ 김연경과 외국인 주포 투트쿠, 아시아쿼터 미들블로커(센터) 피치, 베테랑 미들블로커 김수지, 세터 이고은 등 주축들은 물론이고 ‘원포인트 서버’ 2명도 함께했다.

가장 인상적인 서브는 ‘원포인트 서버’들의 몫이었다. 박수연이 1세트 막판 상대의 추격이 이어지던 때 흥국생명을 먼저 20점 고지로 이끄는 서브를 꽂았고, 이어 최은지가 2세트 17-18에서 서브로 동점을 만들었다. 최은지는 20-18에서 서브로 점수를 추가해 쐐기를 박았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도 이날 승인을 ‘원포인트 서브’에서 찾았다. “박수연과 최은지가 좋은 서브로 상대의 흐름을 끊었다. 강하게 때려 넣어 정관장의 리시브를 흔들었다”고 칭찬했다. 김연경도 “(최)은지가 어려울 때 코트에 들어와 큰 것 2개를 만들어줬다”며 후배의 공을 치켜세웠다.

흥국생명은 완벽한 서브 전략을 바탕으로 1차전 승리를 챙기며 2018~2019시즌 이후 6년 만의 통산 4번째 통합우승, 5번째 챔프전 우승에 한 걸음 다가섰다. 역대 18차례 여자부 챔프전에서 1차전 승자가 우승한 것은 10차례다. 비율로는 55.6%다.

그러나 방심은 없다. 흥국생명에는 트라우마가 있다. 2022~2023시즌 정규리그 1위로 챔프전에 올랐으나, 한국도로공사에 2연승을 거둔 뒤 거짓말 같은 3연패를 당하며 사상 첫 ‘리버스 스윕’ 우승의 희생양이 됐다. 지난 시즌에는 정규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PO)에 올라 정관장을 2승1패로 따돌리고 챔프전에 올랐으나, 현대건설에 1~3차전을 잇달아 내주고 고개를 숙였다.

충격의 준우승을 모두 경험한 김연경은 “3차전에서 끝내고 싶다. 그 이후의 경기는 없다고 생각하며 2, 3차전을 준비하겠다. 1차전에서 나온 부족함을 잘 보완해 2차전에서 훨씬 좋은 경기를 펼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2차전은 2일 같은 장소에서 펼쳐진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