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 이태석(오른쪽)이 지난달 29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울산과 K리그1 6라운드 홈경기 도중 상대 수비를 제치고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포항 스틸러스 이태석의 폭풍 성장이 인상적이다.
이태석은 지난달 29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울산 HD와 ‘하나은행 K리그1 2025’ 6라운드 ‘동해안 더비’ 홈경기 후반 투입돼 맹활약하며 포항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공격 포인트를 올리진 못했으나, 후반 34분 날카로운 왼발 슛으로 이호재의 결승골에 기여했다.
후반전 윙어로 교체 출전한 이태석은 이호재가 헤더로 내준 볼을 강력한 슛으로 연결했다. 울산 골키퍼 조현우가 간신히 막았으나, 이호재가 세컨드볼을 밀어 넣었다.
시즌 개막 이후 4경기 연속 무승(2무2패)으로 위기를 맞았던 포항은 지난달 22일 광주FC와 4라운드 순연 원정경기에 이어 2연승을 달리며 중위권으로 도약했다. 국가대표팀 합류로 광주 원정을 건너뛰었던 이태석은 포항에 복귀하자마자 실력을 뽐냈다.
이태석의 본래 포지션은 측면 수비수지만, 울산전에선 윙포워드로 나섰다. 측면을 효율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박태하 감독의 결정이었다. 혼란은 없었다. 상대가 공세에 나설 때는 풀백처럼 뛰고, 역습에 나설 때는 정통 윙어처럼 활약했다.
물론 가장 인상적 순간은 어시스트나 다름없었던 왼발 슛이었다. 이태석의 킥은 지난달 16일 전북 현대와 K리그1 5라운드 원정경기(2-2 무)에서도 번뜩였다. 전북에 2실점하며 끌려가던 후반 5분 상대 문전 외곽에서 강력한 왼발 슛으로 추격골을 뽑아내며 극적인 무승부의 발판을 마련했다.
FC서울에서 뛰다 지난해 7월 포항 유니폼을 입었을 때만 해도 이태석이 이렇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 시선은 많지 않았다. 애초 서울은 울산과 이태석-원두재를 트레이드하기로 합의했으나, 울산의 일방 철회로 무산됐다. 이후 포항으로 향한 이태석이 입은 마음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다. 굳이 표현하지 않았어도 울산에는 지고 싶지 않았다.
이태석의 성장이 반가운 것은 포항만이 아니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에게도 큰 힘이다. 2026북중미월드컵을 겨냥한 전력강화와 세대교체를 꾀하는 대표팀의 최대 고민거리가 풀백 기근이다. 냉정히 보면 설영우(츠르베나 즈베즈다) 외에는 확실한 카드가 보이지 않는다. 이 와중에 이태석이 홍 감독의 고민을 조금은 덜어줬다. 지난해 11월에 이어 대표팀에 다시 합류한 그는 오만~요르단과 3월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홈 2연전(B조 7·8차전)에 모두 출전해 합격점을 받았다. 홍 감독은 요르단전 직후 “10번(무사 알타마리)을 잘 막았다”며 이태석을 칭찬했다.
대표팀과 포항에서 긍정의 에너지를 가득 채운 이태석은 안주하지 않는다. 겁 없이, 멈춤 없이 도전해 큰 무대를 밟겠다는 의지다. 그는 “팀에 보탬이 되고자 노력한 것이 밑거름이 됐다. 이런 자세가 대표팀 발탁으로 이어졌다. 자신감과 감각이 살아있고, 뛸 때마다 ‘보여주겠다’는 마음이다. 월드컵은 큰 동기부여다. 계속 노력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