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축구대표팀이 지난달 21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2026북중미월드컵 최종예선 원정경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출처|CFA
어지간히 월드컵 출전을 원하는 것 같다. 중국축구의 놀라운 희망회로가 갈수록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때 아닌 호주 선수에 대한 ‘가짜뉴스’를 만들더니 최근엔 이란대표팀의 미국행이 거부될 수 있다며 은근히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
중국은 2026북중미월드컵 본선 진출이 사실상 좌절됐다. 지난달 25일 항저우 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열린 호주와 대회 아시아 최종예선 C조 8차전 홈경기에서 0-2로 완패했다. 2승6패, 승점 6에 그친 중국은 결국 조 최하위까지 떨어졌다.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가 공동 개최하는 북중미월드컵부터 48개국으로 출전국이 확대됐음에도 중국을 위한 자리는 없다. 아시아에선 각조 1, 2위가 본선에 직행하고 3, 4위가 4차 예선을 거치는데 6월 2연전(인도네시아 원정, 바레인 홈)을 다 잡아야만 실낱같은 희망을 키울 수 있다. 중국의 유일한 월드컵 출전은 한국과 일본이 공동개최국으로 빠진 2002년 대회가 유일했다.
이런 와중에 중국 내에선 뜻밖의 주장이 등장했다. 중국 원정에 나선 호주 수비수 캐머런 버지스가 어릴 적 스코틀랜드 연령별 대표팀에서 뛰었기 때문에 부정 선수라는 내용이다. 그런데 전혀 문제의 소지가 없다. 버지스가 2023년 호주 국가대표로 데뷔하기 전이다. 복수국적 선수는 연령별 대표팀을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으나 대표팀은 다르다. 버지스는 이미 호주 국적을 취득한 상태다.
그런데 중국의 헛된 바람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3월 최종예선 기간 일본과 함께 북중미행 티켓을 거머쥔 이란의 상황이 화제가 됐다. 줄곧 이란과 대립각을 세운 미국은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이란에 대한 각종 제재를 강화했다. 경제는 물론, 최근에는 군사적 긴장도가 한층 높아졌다.
이를 두고 중국 내에선 “미국이 월드컵 기간 이란대표팀의 입국을 거부할 수 있고, 출전권이 박탈될 수 있다”는 루머가 돌고 있다. 이란이 빠지면 아시아에 배정된 출전권 조정이 이뤄질 것이고 상황에 따라선 좀더 넉넉한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역시 터무니 없는 내용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이를 관망할 리 없다. 정말로 미국 정부가 이란대표팀 입국을 거부한다고 해도 이란의 월드컵 경기를 캐나다나 멕시코에서만 치르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중국으로선 부족한 실력을 쥐어 짜내 6월 2연전을 모두 승리, 4차 예선 출전에 올인할 수 밖에 없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