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KBO리그가 연장전을 포함한 평균 경기시간을 크게 단축하고 있다. 1998년 이후 27년 만의 2시간대도 기대할 만하다. 사직구장 전광판 아래 설치된 피치클록.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1990년대까지 KBO리그에선 연장전을 모두 치러도 경기시간이 3시간을 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경기가 평균 2시간대에 끝난 시즌만 14번에 달했다. 1993년에는 역대 가장 빠른 2시간47분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투수진의 분업화, 비디오판독의 도입과 확대를 비롯한 여러 요인으로 경기시간은 늘기 시작했다. 1998년(2시간59분)을 끝으로는 2시간대를 기록한 시즌이 없다.
●혁신
2020년대의 ‘스피드업’은 곧 혁신이다. 20~30년 전처럼 교체 없이 한 투수가 홀로 경기를 책임지는 일도 드물다. 보직은 앞으로 더 나뉠지 모른다. 비디오판독 대상도 늘어날 조짐이다. 즉, 경기시간의 증가를 불러왔던 요인들이 없어지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올 시즌에는 연장전을 포함해 평균 3시간에 경기가 끝났다.
올해 시범경기에선 지난해보다 6분 늘어난 평균 2시간45분에 경기가 끝나는 바람에 물음표가 붙기도 했다. 그러나 정규시즌에 들어서자, 기우가 됐다. 2023년 3시간16분에서 지난해 3시간13분으로 단축된 경기시간이 올해는 더 크게 줄었다.
새로운 제도의 영향이 크다. 지난해 자동투구판정 시스템(ABS)의 효과로 판정 시비가 줄었다. 또 10개 구단 배터리는 도입 이후에 대비하려고 피치컴(사인교환기기)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피치클록이 정식으로 도입된 올해는 경기시간 단축 효과가 더욱 커졌다. 실제로 많은 감독이 “규정을 어겨도 제재가 없던 지난해와는 다르다. 스프링캠프부터 초시계를 켜둔 채로 투구 훈련을 시켰다. 벤치에서도 시간을 잘 체크할 필요가 있다”며 동조했다.
●단축
경기시간은 앞으로 더 줄어들 여지가 있다. 여기에도 제도의 변화가 단단히 한몫한다. 아직은 피치클록 관련 규정이 메이저리그(MLB)보다 널널한 측면도 있다. 투수의 투구판 이탈 횟수에도 제한이 없다. 투수들에게는 주자가 없을 때 20초 안에 던지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난해보다 2초가 더 주어졌을뿐더러, MLB보다는 5초의 여유가 더 있다. 세계 표준에 발맞춰 간다면 경기시간은 더욱 줄어들 수 있다.
연장전이 기존 12회에서 11회로 줄어든 효과도 계속 나타날 분위기다. 제도가 달라진 뒤 처음 연장전이 치러진 지난달 23일 수원 한화 이글스-KT 위즈전은 고작 2시간55분 만에 끝났다. 이후 연장전을 치러본 롯데 자이언츠, SSG 랜더스에서도 “한 이닝만 덜 했을 뿐인데, 편하고 좋았다”고 입을 모았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